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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원호 |
날짜 : 03-11-25 18:26
조회 : 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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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재판-추천비디오
-갈등을 해결하는 영화의 힘-
지난 세기에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에 관한 영화라고 하면 대개는 "에이...참, 누가 그런 식상한 주제에 관심이나 있다고 합디까?" 할 것 같다.
그렇다. 이 비디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 주요전범들에 대한 국제군사재판을 다룬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2시간 20분이라는 적지않은 시간을 투자하여 볼만큼 충문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추천의 글을 적게 되었다.
이 재판은 독일의 뉘른베르크(Nurnberg)에서 1945년 11월 20일-46년 10월 1일까지 열렸다고 한다. 인도주의와 문명의 이름으로 열린 사상초유의 전쟁범죄 재판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의 재판관에 의해 24명의 피고를 재판하였다. 12명은 교수형, 3명은 종신형, 4명은 10-20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과정에서 나치스의 잔학행위, 이를테면 유태인의 가스실 처형 등 무려 250만 명에 달하는 양민학살 등이 기록영화나 독일군이 작성했던 보존문서에 의해 폭로되었다.
전범 피고들에 대한 변호권을 인정하여 법정에서 벌어지는 논리적인 공방전이 법정스릴러 영화처럼 재미있다. 특히 괴링 원수의 인간성을 상실한 군인으로써의 철학과 결국 자살을 택할 때까지의 당당한(?) 면모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자칫 전승국 입장의 일방적인 시각에 흐르기 쉬운 여러 가지 부분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다뤘었다.
'군인으로서 상부의 명령에 따랐다'는 논리, 최고지도부는 아래조직에서 행해진 살육행위를 과연 몰랐을까 아니면 묵인했을까,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가스실 학살 장면을 보고 방청객은 물론 전범피고 들조차 경악을 하는 장면 등등....
'독일민족이 유태인에게 가한 죄는 1000년이 가도 씻을 수 없을 것이다'는 한 전범피고의 참회 등등....
패전국 독일 국민의 입장에서 이 비디오를 본다고 해도 그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조상들의 범법행위를 반성(?)할 수 있도록 균형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이 영화의 의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결코 <쉰들러리스트>나 <아우슈비츠> 같은 영화에 못지 않다. 가해자와 피해자, 유태인과 게르만민족, 전승국과 패전국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 삼의 눈이 되어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연일 신문지상을 뜨겁게 달구다가 이제는 지쳐 시들해지고 있는 요즘, 신문이나 방송의 일방적인 논조를 보며 과연 이런 방식이 양국국민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어떤 효과가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끝끝내 마주치지 않는 평행선처럼 서로의 주장만 높을 때는 어떠한 해결책도 기대할 수 없다.
이 영화는 민족 간,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대한 좋은 암시를 주는 것 같다. 그러니까 보다 설득력 있는 매체인 영화를 통하여 일제의 식민통치시대의 역사가 한, 중, 일 합동으로 제작된다면 주변국간의 갈등도 의외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니, 우리 나라가 가해자의 입장으로 간주되는 월남전에 대한 영화 한편이 떠오른다.
안정효의 소설을 극화한 <하얀 전쟁>이란 영화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월남전쟁 중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로 인해 한국에 대한 감정정리가 여태껏 어려운 베트남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화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니까 <뉘른베르크 재판>도 <하얀 전쟁>도 보는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저변에는, 어느 일방의 주의,주장이 아니라 결국 전쟁으로 황폐화되어 가는 인간과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남북 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수준 높은 몇 편의 영화들과 또한 시류에 영합(?)하는 주제 내지는 복고풍의 영화들로 돈 좀 버신 우리 나라 영화감독님께 감히 청하고 싶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문제를 정치인들이나 역사가들에게만 내맡기지 마시고, 고통받았던 인간에 촛점을 맞춰 한편의 영화로 만드실 의향은 없으신 지......아마도 <뉘른베르크 재판>을 곱씹어가며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그런 사명감이 들 법도 하다.
<뉘른베르크 재판/알렉 볼드윈 주연/2시간 20분/ 2001. 3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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