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신갈 민속촌에 다녀와서

임 재 문

이번에 동서들과 용인 신갈 민속촌에 다녀왔다. 내가 민속촌을 찾은 것은 30여년전, 법무부 연수원에서 신규채용 교육을 받을 때 주말이면 특별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그동안 교육중에 사귄 아가씨들과 함께 용인 자연농원으로 민속촌으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었다.

그리고 94년도에 소형차를 새로 구입해서 운전도 익힐겸 아내와 딸을 태우고, 민속촌을 찾았으나,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그냥 입장을 하지않고 위치만 확인하고, 다음에 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동서들과 조카들 또 내 아이들과 아내 그렇게 이번에 또다시 용인 신갈 민속촌을 다녀왔다.

입장권을 끊고 입장해서 돌아보니, 30여년 전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았고, 새로 건축된 현대식 건물에서 각종 놀이기구가 등장해서 어린이나 어른 할 것없이 여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토속음식점이 등장하여 민속주에 토속음식을 먹는 곳이 성업을 하고 있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제일 처음으로 찾은 것은 시골 초가였다. 거기에는 옛모습 그대로 마루아래 장작을 쌓아두었고, 또 갈퀴나무 둥지도 볼 수가 있었다. 옛날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집 뒤란을 돌아보니 우리 어릴때 그모습처럼 장독대가 있고, 아랫채 헛간 지붕위에는 박덩굴이 올라가 여인의 속살처럼 백옥같은 둥그런 박이 익어가고 있다.

국악을 체험하는 곳에 가서는 장구를 쳐 보았다. 굿거리 장단이다. 내가 어렸을때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내가 좋아하던 여학생이 한복을 입고 춤을 추게되었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그래서 나는 부지런히 장구치는 연습을 했었다. 내가 장구를 치고 그 여학생이 춤을 추는 것을 보기 위해서, 그러나 막상 크리스마스날밤 장구를 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얼마나 서운한 일인지 모른다. 그때일을 생각하며, 나는 정신없이 굿거리 장단을 신명나게 칠 수가 있었다. "쿵짝 쿵짝짝 쿵짝 쿵짝" 사람들이 미치도록 쳐대는 장구소리를 들으려고 모여들었다. 그리고 환호를 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기분이 좋은 체험을 했다.

새끼 꼬는 곳에서는 새끼 꼬는 체험을 했다. 한참을 꼬아보니 내가 어릴 때 꼬아보던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내가 어릴때 짚으로 새끼를 꼬고 그 짚으로 짚신을 삼고, 또 멍석도 만들고 덕석이라고 해서 벼를 말릴때 쓰던 것도 만들었다. 그 뿐인가 새끼로 꼴망태도 만들고, 소쿠리, 옹뎅이, 가마니, 등등 짚이 들어가서 안되는 것이 거의 없이 요긴하게 쓰였었다. 새끼를 꼬고 있노라니, 중년 여인 두사람이 오더니, 새끼를 잘 꼰다며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아닌가?

"물방아 도는 내력" 이었다.

"벼슬도 싫다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땅 언덕위에 초가집짓고 낮이면 밭에나가 길쌈을 메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 아낙네들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새끼를 꼬니 더 흥겨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일행과 헤어져, 전화통화를 해서 위치를 확인했는데, 다 가려고 입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으니 속히 오라고 아내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일순간에 정신이 번뜩들어 가보니 모두가 다 나 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타임머신처럼 옛날로 돌아갔던 내 생각들을 가슴에 안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핀잔을 하는 아내에게 계면쩍은 웃음으로 답하고, 운전하는 아내옆에 다소곳이 앉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보람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