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죽을 먹게 되다

곽 말 약

공자가 제자들과 진(陳)나라와 채(蔡)나라 사이에서 애를 먹은 지 일주일이나 되었다.¹⁾ 그들은 이 일주일 동안 밥을 얻어먹기는커녕 구경조차도 못 했다. 아니 밥은 고사하고, 채소, 즙, 허여멀건한 국조차도 구경하지 못했다.

그러니 모두들 배가 고파서 움직이지를 못하게 되었다. 다리가 휘청거려 더 이상 갈 수가 없자 그들은 어느 작은 마을의 변두리 숲속에서 지쳐 주저앉아버리게 되었다.

일주일 만에 그들이 이곳에 왔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하도 걸어서 지치게 되자 목마름에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참외밭에 들어가 참외를 훔쳐가지고 선생과 같이 목을 축일 수 있었다. 그 날 밤 그들은 거기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뜨자 자신들이 그곳 마을 농민들에게 둘러싸여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참외 훔친 것을 그들에게 들켰기 때문이었다.

순박한 농민들은 그들을 도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다 할 행동은 하지 않고 다만 둘러싸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마 선뜻 그들을 어떻게 할 엄두를 못 내는듯했다. 한편 그들 제자들 중에서도 선뜻 나서서 농민들에게 변명할 만한 용기를 가진 자가 없는 듯했다. 왜냐하면 배짱도 없는데다가 목숨도 아쉬웠고, 무엇보다도 배가 몹시 고팠기 때문이었다. 꼬박 일주일을 굶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따라서 공자와 같은 대성인은 물론 가장 배짱이 있다는 자로(子路)나 변론의 제일인자라고 하는 자공(子貢)조차도 아무 소용이 없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금 자신의 어려움을 참아내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안회(顔回) 한 사람 뿐이었다.

안회는 "3개월 동안이나 인(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²⁾"했는데 역시 대현인으로서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밥을 굶은 지 8일째가 되는 날, 그는 인자(仁者) 특유의 용기를 내어 한 장의 흰 천조각을 공자의 구부러진 단장(短杖)에 붙들어 매고는 항복한다는 깃발을 만들어 들고 숲을 나와 농민들에게 항복한다는 뜻을 표시하였다.

순박한 농민들은 어쨌든 좋은 사람들이었다. 자기들처럼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안회를 보며, 또 그의 순직한 설명을 통해 그 동안의 내력을 죽 얘기하는 것을 들으니 바로 자기들이 오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곧 포위를 풀었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동정심이 생겨 먹을 것을 갖고 와서는 선생과 친구들에게 먹이라고 약간의 백미(白米)를 안회에게 주기까지 하였다.

안회의 기쁨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마음속으로부터 농민들에게 무한한 축복과 감사를 올렸다. 쌀을 갖고 숲으로 돌아와 선생을 뵙고는 자초지종을 아뢰었다. 이들 성인과 대 현인들이 기뻐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공자는 마음속으로 역시 안회만은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나 이상으로 현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 밖으로는 말하지 아니 했다. 다만 그가 말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나에게는 천도(天道)님이 항상 함께 하신다고 말이다.³⁾

다행히 숲속이라서 불쏘시개는 얼마든지 구할 수가 있었다. 안회는 선생 앞을 물러서자마자 혼자서 쌀을 씻어놓은 다음, 대여섯 개의 돌로 화덕을 만들고는 곧 죽을 쑤기 시작했다.

죽을 쑤는 이유는 오랫동안 밥을 먹지 많은 사람이 갑자기 밥을 적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공자나 다른 제자들이 전혀 꼼짝도 못했음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일련의 안회의 행동을 쭉 보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놓여서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안회의 동작이 너무나 꾸물거리는 것 같아서, 일부러 자신들의 배를 더 고프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바심을 내거나, 아니면 쌀이 너무 적어서 죽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현인들의 생각이 이러할진대 우리들의 성인이라고 다를 리 없었다. 우리 공자님은 큰 나무 밑의 높은 곳에 누워서 자기들과 똑같이 일주일간을 굶은 안회가 지칠 대로 지친 모습으로 죽을 쑤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는데, 안회가 갑자기 끓고 있는 냄비뚜껑을 한 손으로 들어내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공자는 기분이 매우 언짢아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안회가 다른 한 손을 냄비 속에 넣고 두 손가락으로 밥을 떠서는 입에 넣는 것을 보게 됐다. 이러한 행동은 공자의 자존심을 깊이 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공자는 자기들 무리의 영수(領袖)였기 때문이었다. 즉 영수인 자기가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안회가 태연히 먼저 먹는다는 것은 불경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한 것이 공자의 속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말하지는 않았다.

안회는 죽이 다 되자 우선 먼저 한 그릇을 떠가지고는 공자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때 공자는 이 놈이 어느 정도까지 거짓말을 할까 하고 알아볼 마음으로 안회에게 물었다.

"안회여! 나는 방금 아버님에 대한 꿈을 꾸었느니라(물론 이것은 공자가 아무렇게나 꾸며 한 말이었다). 그런데 아버님이 말씀하시길 음식을 먹을 때는 우선 손윗사람에게 먼저 드린 다음에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네. 그러니 자네는 이 푸른 하늘 밀에서 나를 위해 나 대신 아버님께 먼저 이 죽을 드릴 수 없겠는가?"

안회는 바로 대답을 했다.

“선생님 ! 오늘 이 죽은 신(神)께 바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공양드리는 음식은 반드시 깨끗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죽은 더럽혀져서 공양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니 ! 왜 더럽혀졌느냐?"

"방금 뚜껑을 여는데 터끌이 하나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제가 급히 손가락으로 그것을 집어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그대로 버리기가 아까위서 그만 입에 넣고 말았습니다…”

공자는 여기까지 듣고서는 별안간 "아아!" 하는 감탄의 소리를 냈다. 그러고는 서둘러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잘했네, 잘했어! 안회여! 너는 훌륭한 성자(聖者)이니라. 나조차도 너를 따를 수가 없구나."

그는 이렇게 말하더니 다시 제자들에게 자신이 의심하여 안회를 시험해본 것을 고백했다.

공자는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의식적으로도 안심이 됐던 것이다.

"내 영수로서의 존엄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겠지"라고 스스로 안위하면서….

곽말약(1892~1978)

중국 사천성에서 출생

규슈제국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상하이 대학 등의 교수를 지냄

문학에 뜻을 둔 후 난창봉기에 참가,

실패하여 일본으로 망명. 그후 중국고대사,

갑골문 금석문 연구에 큰 업적을 남김.

1937년 중일전쟁 개시 직후에 귀국,

국내 통일을 위해 노력함.

저서로는 시집 《여신》, 역사극 《왕소군》,

자서전 《유년시대》, 《중국고대사회연구》

《십비판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