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배우던 시절

괴테

내가 미인 강변에 있는 프랑프흐르트에서 태어난 것은 1749년 8월 28일 정오였다. 나는 행운의 별을 타고 태어났다. 태양은 하늘 끝까지 처녀궁에 빛나고 있었다. 그날 목성의 위치도 좋았고 금성의 위치도 좋았으며 수성은 적의(敵意)를 품고 있지 않았다. 달만이 만월에 가까워서 방해물이 되고 있었다. 나의 탄생에 따른 진통의 노고가 달의 신상(新象)과 대를 같이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신상의 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달은 나의 출생을 방해하고 지연시켰다.

내가 훗날 그 중요한 의미를 알게 된 별의 양상이 순조로왔다는 사실이 나를 지켜 주었던 것이다. 왜 그러느냐 하면, 산고의 서투를 솜씨 때문에 갓 나았을 때 나는 죽어잇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대단한 노고와 노력으로 겨우 소생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부모를 당황케 한 이일은 마을 사람들에겐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집정관이며 그 자격으로 프랑크흐르트의 입법원의장을 맡고 계시던 외조부인 텍스틀은 그 기호기에 산파술의 필수교육과정을 제정한 것이다.

내 출생 이후 출생한 많은 시민들의 생명이 새로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 뜻에서 나의 출생은 나의 고향에 하나의 복음이었다.

아버지 자신이 세운 인생 계획은 그때까지 희망하는 대로 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에게도 같은 길을 걷기를 원했지만, 그것은 좀더 넓고 평탄한 길이 아니면 안 도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의 천직의 재능을 너무나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 점에 있어서 그에게는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시한 것이다. 아버지의 학식은 오랫동안 끈질긴 근명의 결정이다. 아버지는 가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가진 재능이 나에게 있었다면 나도 영 다른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한 재능에다 열심이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가르침이나 다른 선생의 과업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학문의 분야에도 확고한 기초를 굳친다든가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나는 문법이 가장 싫었다. 그것은 전혀 제멋대로 된 법률 법칙 외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다. 모처럼의 규칙에 모순되는 예외의 산더미들- 그것을 머리 속에 집어 넣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규칙을 무익하고 무용하게 만들어 버린다고 생각했다. 만일 시라는 것이 없었다면 나는 라틴어 공부를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분좋게 귀를 울려주는 운문(韻文)의 찬조(讚調)가 되었다.

나는 관용구의 특유한 말투나 형식을 힘들이지 않고 이해했다. 또한 눈 앞에 버려져 있는 대상물의 명확한 관념을 즉석에서 만들어 냈다. 수사상의 연마에서 나를 앞서는 사람들이 없고 이따금씩 문법상의 과오를 범하는 일은 있었지만 그런 것에도 불구하고 나의 공부에 아버지는 대단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이따금 아버지는 아들에겐 너무지나친 상을 주시곤 했다.

내가 세라리우스(도이취의 고전학자, 라틴어 문법의 텍스트로 유명함)의 공부를 해야 했던 같은 방에서 아버지는 누나인 콜네리아에게 이탈리아어로 가르치고 있었다. 나의 공부가 간단히 끝나자, 책을 옆에 끼고 자리에 앉은 채로 나는 누나가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 말은 매우 재미 있었다. 나는 이탈리아어라는 것을 가장한 라틴어같이 생각되었다. 기억력과 사고력에 대해서 많은 어린이들이 칭찬받는 그 조숙한 재능을 나고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아버지는 아카데믹하고 딱딱한 공부가 나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이렇게 말씀하고 계셨다. “너는 라이프찌히(이 대학을 아버지는 매우 좋아했다.)에서 법률을 전공한다. 그리고 나서는 다른 대학에서 또 학위를 딴다.”

가정내의 개인교수는 차츰 광범위해졌다. 마을 아이들도 내가 받고 있는 공부에 참가하게 되엇다. 이 합동수업에서 나는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교사들은 판에 박은 듯한 일과를 계속할 뿐이었다. 학우들의 우둔 때문에 당황과 고민과 혼란이 일어날 뿐이었다. 그리고 콜네리우수 네포스는 아이들에겐 거의가 무미건조한 작가이고 신약성서의 강의는 종교교육에서 낯이 익어 있지만 너무나 쉬워서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런 것에 대해서 무슨 흥미를 가질 수가 있을 것인가. 그런데 도이취 시인의 작품을 읽어 보면 우리에겐 운문이라는 것의 열광적인 흥분이 일어났다. 이러한 시문의 연구는 재미있는 공부를 한 뒤의 청량제가 되었다.

일요일에는 늘 학우들과 같이 모여서 작품을 서로 보이곤 했다. 그런데 얼마 뒤에 나는 기묘한 불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물론 나 자신의 시적 노작(勞作)은 언제나 우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보잘 것 없는 작품을 가지고 오는 학우들도 내가 나의 작품을 평가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자기들의 작품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언제나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 것은 전혀 시를 지을 재능이 없는 학생의 자기 기만이었다. 그는 늘 자기 선생에게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작품이 그에게는 훌륭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선 결국엔 자기의 작품인 것처럼 밀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들은 아주 친한 사이였지만, 그는 나에게도 그렇게 믿게 하려고 했다. 그러한 어처구니 없는 생각에 놀란 나는 나도 언젠가는 자기를 기만하는 자이며, 나의 눈에 그가 어리석게 비친 것처럼 그에게는 내가 어리석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겼다. 이렇게 생각하니 대단히 불안했다.나의 판단력은 아무런 논박(論駁)의여지가 없는 규칙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실망했다. 하지만 나에게 상응한 부박성(浮薄性)과 내부의 의식, 거기에다 교사나 친족들의 칭찬이 끝내는 나의 자신을 회복시켰던 것이다.

나는 열심히 공부에 전념했고 지리학, 세계사, 신화학 등이 차례 차례로 나의 마음을 붙들었다. 오오뷧드(오가스티 시대의 라틴 시인, 변신은 옛날 전설에서 쓰여진 시적 우화로서 애가조시의 교본으로 되어 있다.) 변신을 미친 듯이 읽었다. 나는 이 걸작을 아주 특별한 힘을 들여서 읽었다. 나의 젊은 두뇌는 헤아릴 수없이 많은 놀라운 진실과 공상과 일들로 가득 차 버렸다. 나는 쉴새 없이 획득한 지식을 꽉 마음 속에 심어 버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