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나는 세상이 끝났다고 확신했다.사장이 나를 해고시켰던 것이다. 청년기의 그 비관론 덕분에 나는 결코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나는 실패할 운명이었다.( 내 나이 19살 때였다.) 그날 저녁 나는 뉴욕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으려고, 루이존 스타디움에서 친구와 만날 약속을 했었다.

일자리야 있건 없건 나는 가기로 작정했다. 처음에 자리에 앉았을 때, 음악은 돌벽같은 내 불안감을 단지 살짝 씻을 뿐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교향곡 1번" 에 가서 나는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음악이 내 마음에 닿아왔을 때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 교향곡은 내가 전에 자주 들었던 것이고, 아마 다른 상황하에서 앞으로도 자주 들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곡은 여지껏 그러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만족을 줄 음악이라는 점을....이 곡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변할 뿐이다. 나는 한결 같지 못하지만, 그 교향곡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사실에서 위안을 찾았다.

나는 그날 낮의 일을 좀더 차분하게 판단해 보았다. 그 일이 그럴 정도로 중대했더란 말인가? 내가 그일에 대해 무엇인가 할 수도 없었단 말인가? ( 그 이후, 나는 음악 속에 깃든 힘, 즉 활력을 돋구고, 뒤틀린 심사에 위안을 주고, 희망을 떠받혀주는 밧줄같은 역할을 하는 그 힘에 놀라워했다. 물론 내가 처음으로 놀라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음악은 야수같은 마음도 다스리는 마력이 있다." 라는 콩그리브(1670-1729 영국의 극작가)의 말을 기억한다. 호러스(호라티우스 고대 로마의 시인)는 음악을 "고통의 치유제"라고 말했다. "음악으로 인해 내 몸은 기력을 찾고 강해진 느낌이다."라고 한 것은 코울리지(1772-1834 영국의 시인, 평론가)였다. 심지어 음악적이랄 것도 없는 괴테(1749-1832독일의 작가)마저 "마치 겁주던 주먹에서 우호적으로 손가락이 퍼지듯 " 음악은 그를 풀어 준다고 말했다.

음악은 두 가지 다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첫번째 방법은 음악 애호가가 취하는 방식이다. 그는 푸가(遁走曲)와 판당고(3박자의 경쾌한 에스파냐 춤곡) 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의 가슴을 쥐어뜯는 하나의 경험이다. 그는 결코 무관심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어떻게 음악 애호가가 되는가? 단지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즉 음악을 들으시오! 연구나 해설 혹은 어떤 종류의 도움이 아니라, 오로지 직접적인 경험만이 여러분을 음악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나는 초보자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여러분이 그 곡에 정서적으로 감응할 수 있을 때까지 <같은>곡을 자주 들으시오.처음 들으면서 교향곡 한 편을 모두 포용하리라 기대치 마시오. 잘 모르는 교향곡을 들으며 설령 주의가 산만해지더라도, 좌절하거나 죄스러움을 느끼지 마시오. 처음에는 그것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대강 스쳐 지나가시오.모든 구름이 사라지면 당신 눈 앞에 경치가 또렷하게 놓여 있는 시간이 올 것이오. 음악에서는 친숙한 것이 곧 즐길 만한 것이다 이 곡에서 저 곡으로 날아다니지 마시오. 한 곡에 계속 머물러 있으시오!

두 번 째, 낭만파 음악을-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는- 선택하십시오. 이것은 베토벤에서 시작하여 시벨리우스로 끝나는 레퍼토리로서, 그 넓은 범위 속에 가장 인기있는 작품들-슈베르트,브람스,드보르작,차이코프스키, 베르디,바그너,베를리오즈,그외 십 수명의 19세기 작곡가들의 작품을 포함한다. 그러한 음악들은 그 화려한 색조(색채감), 풍성함,감미로움,격렬한 감정 호소력과 더불어 즉각적으로 마음에 와 닿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어떤 음악을 좋아 할 지 예상하는 것은 확실한 일은 못된다. 사람들이 헨델과 하이든 보다는 쇼팽과 푸치니에 더 쉽게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여러분의 경험은 다를 수 있다.스칼라티와 비발디를 알게 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불붙은 어떤 여성을 나는 알고 있다.그녀는 뜻밖에 취향에 있어서 매우 현대적이었지만 아마 이 18세기 초기 작품들이 균형력을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예술 중에서 음악이 제일 자유롭다. 대부분의 음악은 어떤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음악 자체의 세계 내에서, 그리고 그 자체의 의미(조건)상에서가 아니라면. 그러나 음악은 소위 실생활이라는 것과 거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일상의 일거리에서 해방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효과적으로 우리들을 우리의 생활에서, 일상사의 근심 걱정에서 멀리 데려갈 수 있다.음악은 날개달린 발로 여행하기 때문에, 구두 어디가 끼이는지 우리로 하여금 잊게 만들 수 있다. 음악을 이용하는 다른 방법은 배경음악으로서이다. 마치 여러분들이 그 속에서 나른한 몽상을 불러일으키는 미지근한 목욕물과 같은 것이다.

여러분들은 파도소리를 의식적으로 듣지 않듯이, 당신이 듣는 음악을 귀담아 듣지는 않는다. 거의 모든 종류의 음악들이 그러한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드러운 화음을 이루는 음악을 좋아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음악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치과병원이나 공항, 버스터미널, 육류시장에서도 만나게 된다. 공장에서는 그런 음악이 틀에 박힌 노동의 지루함을 덜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가정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즉 여자들은 그릇 세척기 소리와 바이올린 소리를 섞는다.그런데 창작이나 계산 따위의 정신 작업에도 마찬가지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엘 그레코(스페인의 화가,건축가, 조각가)는 음악가들을 고용해 그가 그림을 그릴 때 그를 위해 연주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문제를 숙고하면서 라디오나 전축을 틀어 두기를 좋아한다. 많은 배경음악용 레코드들이-"식사를 위한 음악" "독서를 위한 음악" 등과 같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피로를 풀어 주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글 쓴이 George R. Marek 는 Vienna 태생 의 미국 음악가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 직장에서 해고 당하여 실의에 빠졌을 때 브람스의 교향곡을 들으며 위안을 찾고 낙담에서 벗어난 일을 예로 들면서, 음악이 가지는 정신적 치유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