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익기 시작하는 초봄이면 모든 사람들이 농장주인들의 딸기 수확을 도우러 이곳 저곳으로 다녔다. 딸기가 풍작인 철이어서 수확거리가 많을 때면, 때로 밭 한 곳에서 35 내지 40명이 몰리곤 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들도 데리고 다니며, 한 곳의 수확이 끝나자마자 다른 농가로 떠났다. 그들은 헛간에서, 혹은 눈에 보이는 아무곳에서나 잠을 잤다. 그리고 수확철이 매우 짧기 때문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작업을 했다.

우리는 딸기를 따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곳엔 항상 처녀들이 많이 있어서 그녀들을 집적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그녀들 중의 누군가가 허리를 약간 많이 구부려 신체의 일부라도 내보인다면, 그 모습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구든지 목청껏 고함을 질렀다. 우리 나머지 사람들도 그 고함소리에 가세하여 온 들판에 소리를 옮기곤 하였다.다른 처녀들은 그들끼리 낄낄대면서 치마자락을 끌어올리곤 했다. 그 고함소리를 유발시켰던 처녀는 얼굴을 붉히며 딸기바구니 판을 들고 포장 창고로 급히 가버리는 것이다.처녀가 되돌아올 때쯤이면 또 다른 처녀가 몸을 많이 숙여, 모든 이들이 웃음을 보내는 것이다.

패니 포비스라는 이름의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몸을 많이 숙여 자주 신체의 일부를 드러내었다. 모든 사람들이 패니를 좋아했다. 우리가 매우 즐거워 한 또 다른 일은,우리가 붙인 말로 "딸기치기"였다. 우리들 중 누군가가 바구니를 채우느라 몸을 숙이고 있는 여자 뒤로 살그머니 다가가, 그녀의 속옷에 큼직한 잘 익은 딸기를 집어넣는 것이었다. 딸기는 보통 그녀의 등 가운데 쯤에 걸렸고, 우리는 그곳에 있는 딸기를 세게 내리쳤다. 짓이겨진 딸기는 엉망이 되었다. 빨간 액이 옷 사이로 흘러나와서 큰 얼룩자국을 만들어 버렸다. 만약 딸기가 살갗에 맞닿는다면 사정은 더욱 나빴다.

하지만 이것에 신경을 쓰는 여자들은 거의 없었다.모두들 들판에선 헌 옷을 입었으므로 얼룩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곤란한 것은 남의 웃음을 사는 일이었다. 모두들 딸기따기를 멈추고 웃는 것이었다. 그일이 끝나면 모두 다시 일을 시작하고 다른 누군가가 딸기치기를 당할 때까지 잊고 있었다. 딸기를 따면서 우리들은 매우 즐거웠다. 패니 포비스는 다른 처녀들보다 딸기치기를 많이 당했다. 모든 총각과 남자 어른들도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는 결코 화내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패니는 이쁘기까지 했다.

어느 날 나는 딸기 작황이 좋은 것을 알고 있는 어느 밭으로 갔다. 그곳은 이. 삼 에이커밖에 안되는 작은 밭이어서 굳이 그곳에 가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른 사람이 가기 전에 그곳에 가기로 나는 작정했다. 그 밭에 도착했을 때, 패니가 첫 두 이랑을 끝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밭 전체를 독차지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사람이 오지 않는 한 상대방이 그곳에 있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 안녕. 패니." 나는 말을 걸었다. " 무슨 생각으로 오늘 여기 건비씨 밭까지 왔어?" " 아마 너랑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지? "그녀는 한 웅큼 쥔 딸기에서 모래를 불어내고 입 안으로 집어넣으며 대꾸했다. 우리는 나란히 일을 했다. 패니는 따는 속도가 빨라서 그녀를 뒤따라 잡는 것이 내가 고작 하는 일이었다. 정오 한 시간 전쯤, 태양이 뜨겁게 드러나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익은 것을 따내는 즉시 또 딸기가 익을 지경이었다. 패니는 다음 줄에서 12박스를 채웠다. 그녀는 하루 종일 딸기를 따도 덩굴 하나 그 안에 남길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엄지와 그 다음 두 손가락만 이용해,줄기 가까이까지 딸기를 움켜쥐는 삼각형 모양을 만들고 낚아채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해대듯 딸기를 짓뭉개는 법이 결코 없었다.

나는 다른 들판에선 그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패니는 맨다리였다. 물론 오후에는 스타킹을 벗는 것이 한결 시원했고, 그것이 스타킹의 무릎이 닳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녀는 자기의 맨다리를 지켜보는 나를 쳐다보더니 조금 미소를 띨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다리가 얼마나 보기 좋은지 말해주고 싶었으나 감히 그러지 못했다. 오후 중반이 되자 12시 보다 더 무더워졌다. 아침에 느껴지던 한 줄기 바람조차 사라져버리고 태양은 머리 위에 火鏡처럼 걸려 있었다. 패니의 다리는 검게 탔다. 나 자신도 무슨 짓을 하는지 의식도 못한 채 나는 패니의 뒤로 살그머니 다가가 아주 큼직하고 과즙 많은 딸기를 그녀의 옷의 열려진 목부분에다 밀어 넣었다.

처음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내가 몇 이랑 저쪽에 있는 줄로 알고 있었기에 딱정벌레나 어떤 곤충 종류가 그녀의 옷 열려진 부분으로 떨어진 것으로 그녀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팔딱 일어나 등 뒤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보자, 그녀는 웃음을 지으면서 딸기를 꺼내려 허리께의 품속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 옷 안에 딸기가 들어간 것이 확실했다. 그녀의 손이 딸기에 닿기 전에 나는 있는 힘껏 내리쳤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딸기치기를 했을 때 그녀가 늘 그랬듯 그녀가 분명히 웃을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주저앉더니 몸을 꽉 웅크렸다. 나는 곧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나를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그녀 곁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친 것이었다." 패니. 왜 그래? " 나는 애원조였다. " 정말 아프게 한거야? 정말이야, 고의는 아니었어."

" 고의가 아닌 거 알아. " 그녀는 눈물 방울을 무릎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 하지만 아프단 말이야. 거길 치면 안되는 거야." "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패니.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해." 이젠 괜찮아." 그녀는 고통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조금 아프긴 하지만."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 위로 기울었다. 내 팔이 그녀를 감쌌다. 그녀는 눈물을 닦았다. " 이젠 괜찮아." 그녀가 재차 말했다. " 곧 아픈 게 그칠 거야.' 그녀는 머리를 들어 올리며 내게 미소지었다. 그녀의 커다랗고 둥근 푸른 눈은 해가 떠오를 무렵 하늘 색조였다. " 앞으로 평생 네게 딸기치기를 하지 않겠어,패니." 나는 그녀가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간청했다.

패니는 허리께까지 드레스의 단추를 풀었다. 딸기는 그녀의 속옷 안에 으깨어져 있었다. 선홍색 하얀 천에 대비되어 마치 나팔꽃 같았다. " 딸기를 꺼내려면 이것마저 벗어야겠어." 그녀가 말했다. "내가 꺼내 줄게." 내가 주장했다. "딸기즙이 온 손가락에 묻으면 안 좋잖아." 그녀는 속옷을 벗었다. 딸기는 그녀의 가슴 사이에 으깨어져 있었다. 그녀의 가슴들은 우유빛 백색이었으며 각각의 가운데는 으깨진 딸기처럼 물들어 있었다. 나는 정신없이 그녀를 품안에 껴안으며 오랫동안 입을 맞추었다. 으깨진 딸기는 우리 곁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우리가 일어섰을 때, 해는 저물어가고 땅은 점차 선선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딸기 상자와 바구니를 챙겨서 들판을 지나 창고로 갔다. 거기에 도착하자 건비씨가 계산을 해서 우리가 번 돈을 치러주었다. 우리는 헛간 앞마당을 지나 집 앞쪽으로 갔다. 대문께에서 우리는 몇 분 동안이나 서로 쳐다 보았다. 어느 쪽도 말이 없었다. 패니는 언젠가 자기는 애인을 가져본 적이 없노라고 말했었다. 그녀가 내 애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패니는 돌아서서 길 아래 한쪽 방향으로, 나는 길 윗쪽 다른 방향으로 갔다. 딸기철의 끝이었다.

ErsKine Caldwell (1903~1987)

미국의 소설가.

미국 남부 지역의 사회상을 다룬 많은 장.단편을 썼다. 대표작으로 장편 Tobacco Road (1932). God's Littlel Acre (1933) 와 단편집 Georgia Boy (194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