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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이 완성되면 지은이 가나다 순서로 정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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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1-12-14 00:26
조회 : 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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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구경
임 재 문
모처럼 주말을 맞아 아내와 함께 주문진을 찾았다. 강릉에 전입하고 나서 첫번째 나들이를 아내와 함께 한 것이다. 첫번째 나들이라고는 했지만, 실토하면 두번째 나들이이다.
어제밤 호기있게 아내와 함께 주문진에 가서 바닷바람도 쏘이고, 또 회라도 먹자며 아내를 옆에 태우고 주문진을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3년전 내가 춘천에 막 발령을 받고 아내와 함께 일박이일 코스로 주문진 여행을 떠났었다. 그때 경기의왕에서 아내와 함께 고속도로를 달려 주문진에서 하룻밤을 묶고 회도 먹고 간밤에 눈이 많이 내렸었는데 아침에는 맑게 개어 그 도로변에 설경을 실컷 구경하고 정말 아름다운 추억을 건져 올린 일이 있었다. 그래서 한 번 가본길이기에 호기있게 강릉에서 동해로만 가면 바로 주문진이 나올거라 생각하고 달렸는데, 동해 옥계를 거쳐 삼척이 얼마 남지 않는 곳에서 길을 물으니 주문진과는 정반대편으로 왔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뿔사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으로 달려와 주문진 쪽으로 가려니 아내가 피곤해서 도저히 안되겠으니 오늘은 그만 집에 가자고 해서 주문진 행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그날은 아주 기분이 좋지않은 하룻밤이 되고 말았다. 물론 저녁도 걸르고 ...
밤새 아내를 달래서 다시찾은 주문진.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IC를 통과하니 바로 주문진이 나오고 양양쪽으로 북강릉을 통과하면 20여분 거리에 주문진이 있었다. 그런데 정반대로 두어시간을 돌아다녔으니 아내의 기분이 좋지 않을 만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 ! 나는 왜 그렇게 지리에는 숙맥이고, 남들처럼 그렇게 요령도 없는 것일까? 아내는 나에게 남들은 지도를 보고도 잘만 찾아가는데 바로 옆에 있는 주문진도 못찾고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성화가 대단하다. 그래도 이내 풀어져 다시 주문진을 찾아 얼마나 기분이 좋은 지 모른다.
둘이서 손잡고 바닷가를 거닐며, 바닷바람이라도 좀 쏘이자고 했더니 아내가 하는말, 나는 여러번 와보았으니 당신이나 구경하고 이따가 바로 이자리에서 만나요. 하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모임이다 뭐다 하고 많이도 이 곳을 찾아와서 정말 더이상 볼 것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어젯밤의 그 앙금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어떻든 아내는 오징어회와 광어회와 또 우럭이라는 고기를 사기위해 가고 나혼자 바닷바람을 쏘이게 되었다.
멀리 수평선도 한 번 바라보고, 방파제에서 철석이는 파도 소리도 들어보고, 고깃배들이 오고가는 것도 보고, 시원한 바닷바람과 비릿한 항구의 정취를 마음껏 감상하고 돌아와 점심을 함께 하기위해 아내를 찾았다.
그런데 아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헨드폰으로 확인 전화를 했더니 당신 우리와 헤어진 곳에서 만나자고 했잖아요. 다 되면 거기서 만나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내가 만나자고 하는 장소를 잊고 말았다. 바다의 정취에 취해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보니. 길을 잃은 것이었다. 길잃은 나그네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전화를 하고, 여기 ㅇㅇ 호텔앞에 있을게 이리로 오라고 해도 자기는 짐이 많으니 만나자고 한 장소를 찾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날씨는 더운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만나자고 한 장소가 생각이 나지 않아 이리저리 해메다가 겨우 아내를 찾았는데 이산가족을 만난듯이 얼마나 반가운지, 잠시지만 나는 또 아내에게 기어이 약점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어젯밤에 앙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아내의 짜증을 불러 일으킨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아내는 이해심이 깊고 또 참을성도 있어서 이내 내 유모어 섞인 이야기로 마음을 풀어헤쳐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횟집에 들러 모듬회를 시켰다. 우럭 두마리 오징어 몇마리 멍게 몇마리 그렇게 펄쩍펄쩍 뛰는 놈을 단칼로 베어 접시 가득히 가져왔다. 얼마나 땀을 흘리면서 돌아다녔더니. 배도 곺아 콜라를 시켜 건배를 하고 아내와함게 게눈감추듯 다 먹어치웠다. 아내가 하는말 당신 초고추장좀 입에 그만 바르고 다른사람앞에서는 좀 젊잖게 드세요. 또 아내의 충고다.
그런데 모듬회가 20000원 그리고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이 4000원, 상추 추가 2000원, 초고추장 추가 1000원, 등등 주문할 때마다 택시요금 올라가듯이 요금이 추가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 주문진이라는 곳은 주문하면 진짜로 돈을 내는 곳이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에 화장지를 다 풀어 쓰고 이 화장지는 얼마요? 하고 값을 물었더니 아 그건 그냥 서비스 합니다. 하고 정말 생색이라도 내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든 아내와 함께한 주문진 구경은 맛도 있고 재미도 쏠쏠했다. 아내의 기분이 조금 언짢아서 그렇지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아마 이게 강릉에서의 첫 예행 연습인 셈이다. 이제 내가 다시 강릉 주문진을 찾는다면 또다시 실수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또 가면 또 실수를 해서 아내를 실망 시키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전과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웃으며 그래도 구경 잘했다고, 또 강릉에 오기를 잘했다고 서로 아낌없이 격려를 하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갈매기 울음소리 뱃고동소리 파도소리. 비릿하게 풍기는 바다 내음을 뒤로 하고 어느 땐가 또다시 주문진을 찾을 것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발길은 그래도 아내의 미소가 흐른다. 아내여 미안하다. 나도 이제 정말 지리공부 열심히 해서 다시는 실수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임재문
전남 해남 출생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역임
현재 강릉교도소 복지과장
저서 "담너머 부는 바람"
"사형수의 발을 씻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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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oldbnew): 주문진 구경 정말 재미있습니다. 가끔 실수도 하고 아내에게 지청구도 들어가며 사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세상 물정에 너무 밝으면 사는 재미 없다구요. 아내는 치마폭처럼 넓은 아량으로 모든 사람들을 감싸주라고 치마를 입는지도 모릅니다. 경치 좋은 곳으로 영전을 하셨으니 축하드립니다. 처형이 저를 닮았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제가 회장님의 처형이라고 코가 한 치나 높아졌답니다. 때로는 어수룩한척 하면서 사는 재미도 있답니다. 지리 공부는 안 하셔도 됩니다. 문인들은 어딘가 정이 쏠리는 쪽으로 발길이 저절로 옮겨가야 멋있다구요. 잘 읽고 갑니다. -[07/0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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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주문하면 진짜로 요금이 추가되는곳'이라는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임회장님도 못말리는 길치이시군요. 저 또한 길 찾는데는 못말리는 당달봉사랍니다. 그래서 이해심 많으신 사모님이 곁에 계셨으니 즐거운 외출이 되셨겠군요. 작품 웃으며 잘 읽었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07/0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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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bokhee48):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아침 주문진 구경하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글 속에 부부의 사랑이 담뿍 담겨있네요. 덕분에 좋은 하루를 맞습니다. 내내 행복하세요. -[07/03-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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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harvardy): 주문진이야기는 임회장님의 性情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어수룩한 갈치에다 아내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씨에다 지나가는 모든 사물을 유모러스하게 해석해 내는 수필가다운 재치라든가...모두가 글맛을 내는 양념처럼 싱긋이 웃음을 만들어 냅니다. 앞으로도 종종 강원도이야기로 우리들을 즐겁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07/0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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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sullbong): 김순자 처형님 추카해주시고, 격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임병식 선생님 이곳은 매운탕 끓이는 값도 오천원 따로 받습니다. 더워서 사절했지만요. 최복희 선생님 잠시라도 웃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힘들었는데, 윤행원 이사님.앞으로 강릉 이야기 넘치도록 올리겠습니다. 여러분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꼭 한번 오세요. 주문진으로 모실까 합니다. 혹시 또 제가 길을 잃으면 아시는 분이 앞장서세요. 이 곳에서 첫번째 신고식을 주문진에서 톡톡히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07/03-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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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 : 저도 주문진이 고향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계신곳이지요..암튼 임선생님 또 뵐날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올만에 들어 왔다 웃고 갑니다 -[07/06-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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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sullbong): 이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제가 소연선생님 고향으로 오다니요. 그동안 소식이 끊겨서 너무나 바쁘신가 했습니다. 오랫만에 소식 들으니 많이도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07/0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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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숙: ㅎ ㅎ ㅎ ㅎ 미아가 되었었군요. 못 말리는 길치시군요.... 아닌가.?.... 바다 풍광에 취해서 하염없이 딴 생각 다 버리고 문학에 취하셨나 엣 애인을 생각 하셨나...? 암튼 그래도 아내가 이해심이 많아 다행이군요... -[07/10-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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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sullbong): 한번 두번이 아니랍니다. 저는 그렇게 맨날 당하는걸요 뭐? 그런대로 한 세상 잘 흘러가고 있습니다. 강릉에 오세요. 이번에는 안내 잘 할게요. -[07/1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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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12-19 2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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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길치에 또 사람 얼굴 기억 못하는 사람중에 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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