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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이 완성되면 지은이 가나다 순서로 정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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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신경애 |
날짜 : 05-08-01 11:44
조회 :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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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간다. 세월이 변함에 따라 우리 생활 모습, 쉼없이 노화를 향해 달리는 우리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무게를 더한다.
얼마전 나의 머리 정수리 부근에서 하얀 머리카락 한 개를 발견하고 뽑아낸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곳에서 두 개의 하얀 머리카락을 뽑아냈다. 처음에는 하얗지만 굵은 머리카락이었는데, 오늘은 힘없고 가느다랗게 나오고 있는 흰머리 두가닥이었다. 찬찬히 흰머리카락을 찾아내 족집게로 쏙 뽑아내는 일은 언제나 착한 큰아들이 해준다. 혹여 흰머리를 뽑는다는 것이 검은 머리를 상하게 할까 세심하게 배려하는 아들의 손길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사람의 머리가 희어지는 이유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머리카락의 색깔은 모근에 있는 멜라닌 세포가 머리털에 멜라닌 색소를 공급해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노화된 모근의 영향으로 겉으로 들어나는 머리카락의 색깔까지 퇴색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런데 과연 흰머리가 퇴색한 보기흉한 힘없는 인간의 노화흔적으로만 보는 것이 옳은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인체의 모양새가 힘없고 나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신도 비례하여 나약해지고 심술이 발동하고 꼬여지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가끔 지하철내에서 노약자보호석에 앉은 노인들끼리 또는 다른 승객들과 심한 언쟁이나 과격한 몸짓이 오가는 경우를 본다. 노인들의 노기 발동은 실제로 힘없음을 바탕으로 한 것처럼 느껴져 몹시 안스럽고 낭패스러운 일로 비춰진다.
흰머리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이태영 여사가 떠오른다. 그 분을 직장 관계의 일로 인터뷰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다. 연보라색 한복 차림에 팔 할의 흰머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 당시 인터뷰의 내용은 생전에 정일형 박사의 생활과 자신이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다.
돌아가시기 두 해 전 즈음에는 이미 정신이 혼미하여 자꾸 한 소리를 되풀이하며 치매의 기운이 완연한 모습을 보고 참으로 마음이 괴로웠다.
무엇이 그렇게 집착하게 했던가. 두 번째 만남의 장소는 세미나장에서였다. 그 날은 비가 주루주룩 내리던 날이었는데, 운전기사가 모시고 왔으므로 신발이 크게 젖을 일도 없었건만, 자꾸 내게는 물이 불어 발 목 이상까지 물이 차더라는 말씀을 계속 되풀이했다. 비가 내린 상황설명을 미루어볼 때 마치 젊은 날의 어느 날 내리던 비와 겹쳐버린 상황처럼 여겨졌다.
너무도 한이 많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하는 아드님이 아버지 정 박사와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와 손자에게도 정치가의 기질이 엿보인다는 조금은 자랑을 섞어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편히 들려주시던 흰머리 할머니를 잊을 수 없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후에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적 문제로 인해 정대철 의원이 TV화면에 등장하던 모습을 보면서 흰머리 할머니의 누운 자리가 편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흰머리 할머니가 이승에 살아계셨던 동안 진정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우리 나라 법조계의 맹렬여성으로서 대표적 인물이었던 흰머리 할머니가 이제는 편하게 나라 걱정, 여성 걱정, 아들 걱정, 손자 걱정을 놓으시고 자신만을 위한 저승 생활을 유유자적하게 즐기시길 바라면서 이 가을에 이미 떠난 이를 생각하고 추모하는 마음이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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