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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영월 |
날짜 : 08-08-16 19:04
조회 :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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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유치환 시인. 박경리 소설가
김 영월
차창에 비치는 초록의 들녘은 폭염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더욱 할딱거린다. 숲은 짙은 녹음을 더하고 평야를 덮은 벼 모가지들은 하늘을 향해 꼿꼿한 자세를 드러내고 과수원의 나무마다 주렁주렁 맺힌 새끼들을 먹이느라 분주하다. 여름날의 치열한 초록빛이 없다면 어찌 풍성한 가을날의 결실을 기대할 수 있으랴.
한려수도가 있는 통영에 와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류장에 도착하여 미륵산을 향할 때 마치 중국의 장가계에서 천자산을 오를 때의 아찔한 기분이 새롭다. 환경론자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년 4월부터 개통되었다는 케이블카(1975미터)는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약 5천명에 이를 정도로 대박이 터졌다고 한다. 등산로 데크를 따라 미륵산 정상(해발 461미터)에 힘들지 않게 올라 바라본 한려수도의 전경은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남해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으로 유명한 한산도를 바라볼 때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하는 님의 싯귀가 떠오르고 고뇌에 찬 지도자의 애국심 앞에 머릴 숙이게 한다. 아직도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우리 국토를 넘보고 있으니 님이 저 세상에서도 편히 못 주무시는 게 아닐까. 누가 어떻게 지었는지 수많은 섬들마다 이름표를 달았는데 한 편의 시를 읽는듯하다. 사량도(상도. 하도)라는 섬은 남녀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 하나쯤 숨겨 두어 차라리 ‘사랑도’라고 표기하면 더 낭만적일 것이라는 혼자만의 생가에 미소 짓는다.
이 고장을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더불어 더욱 향기롭게 하는 문화 예술인들인 중에 청마 유치환 시인(1908년-1967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수필 문학 하계 세미나에 참석했다. 남망산 공원 근처에 있는 청마 문학관에 들려 님의 체취를 물씬 느끼는 가운데 생명의 서(1947년)라는 작품 앞에서 초록빛 강한 생명의 의지를 발견한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 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하게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 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청마 선생님은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고 세미나 중에 한 분이 이르셨다. 님의 치열한 시 정신과 바위 같은 강한 인품이 얼마나 훌륭한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유택은 통영 앞 바다가 쪽빛으로 수줍게 펼쳐지고 소나무 숲이 푸른 기운을 뿜어내는 언덕 빼기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었다. 터가 조성 된지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잔디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 해 봉분이 맨흙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님을 흠모하는 수많은 참배객들이 줄을 잇는 것으로 볼 때 역시 우리의 위대한 작가임을 실감케 한다. 님은 돌아가시기 일 년 전에 이 곳 근처의 콘도에 머무르시며 아름다운 고향의 경치를 새삼스레 감탄하며 ‘죽어서 이곳에 묻히고 싶다’ 는 말씀을 했는데 토지 문학관이 있는 원주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진의장 수필가)의 노력으로 그러한 바램이 이루어졌다. 통영 문인협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묘역 근처에 ‘박 경리 문학관’도 멋지게 조성 예정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훌륭한 문인이나 예술가가 상품가치(?)로 나타나 사후에 관광객을 동원하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하는 까닭에 그처럼 지자체마다 서로 유치 경쟁을 벌리지 않나 싶다.
통영은 청정바다에 한려수도가 펼쳐져 동양의 나폴리라는 명성을 얻지만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 곳 출신 인물들의 초록빛 치열한 예술혼 덕분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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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12-11 2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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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주 전임 회장님 시장님 하실 때 그곳에 여러번 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고 박경리 여류소설가님은 원주에 주로 계시는 것으로 알았는데 통영에 유택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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