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레스텐에 오래 있은 것이 아니다. 또 오랫동안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뜻한 바는 아니고 우연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자 곧 헬러바인은 좋아하는 도시 얘기를 끄집어냈다.

"근본적으로 내 마음에 드는 도시는 커다란 강가에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물은 연결해 주는 것이다. 물은 정신을 고취한다. 여러분은 마인 강이 없는 괘테의 출생지 프랑크푸르트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 알베르투스 마그누스가 대주교로 있었던 게겐스부르크를 도나우 강이 없이 생각할 수 있습니까? 라인 강이 없는 쾰른, 테베레 강이 없는 로마 등 이러한 강들 없이는 위대한 정신과 역사의 특징이 결여되는 것 같습니다. 이 세계적 도시는 모두 그들대로의 강력한 대동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시 가운데서 우리는 세계의 맥박을 강하게 느낍니다."
헬러바인은 감동적으로 말했다.

"엘배 강은 신구 도시 사이를 커다란 은빛의 S 자를 높이 치키면서 흐릅니다. 물로 인사하는 것입니다. 조감도에서 보게 됩니다. 비행기에서도 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그림입니다. 매혹적이며 애무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의 팔은 이 도시의 가슴에서 구부러집니다. 그리하여 드레스덴은 아름답고 선망의 가치가 있는 도시입니다. 많은 외간 사람들이 우리의 이 도시로 찾아옵니다. 방문의 목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영원히 머물려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라이프치히 시市는 ....."하고 그가 말을 이었다. "분명히 리듬과 노동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리스덴은 박자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입니다. 작센족이 중심이 되어 있는, 기지가 대단한 이곳 사람들에게는 낯선 도시 사람처럼 세련된 멋이 있습니다. 솔직 담대하고 내면적으로 즐거운 조화를 이루는 인상입니다."

나는 남과 북의 특징이 혼합된 옷을 입고 있다. 건축 양식이 혼합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엘베 강 골짜기와, 이 골짜기의 높은 곳과 풍만한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놀라운 경치도 마찬가지다. 나는 가로수가 있는 길을 가로질러 갔다. 길 좌우에는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괴테의 시 <은행 잎>의 바이마르가 이곳에 옮겨진 것 같다.

헬러바인은 기쁨에 넘쳐 내 손을 꽉 쥐었다.
"당신이 말하는 것은 언제나 내개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하고 그는 설명을 이었다.
"베를린이 바이마르를 상속한 것이 아니라 드르스덴이 이어받았습니다."

우리는 카페를 나와서 옛 시장을 배회했다. 옛 시청의 정문이 나 있는 쪽으 네모 반듯한 평면 위를 걸은 것이다. 그러자 그는 바로크 건축 양식의 골목집을 가리켰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것은 이 집이 건축 기사의 손으로 많이 변형되었다는 점이다. 이 집 문지방에는 시인의 얼굴이 메달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루트비히 티크(18세기 말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소설가. 세르반테스의 작품 번역으로 유명하다)" 하고 헬러바인이 말했다.
티크는 드레스덴에서 아주 우수한 소설가로 성장했답니다. 율리우스 피츠의 스케치를 따른 <루트비히 티크의 드레스덴 집 저녁>이라는 목각이 있는데 이 목각은 촛불로 환한 셸롱의 작품 낭독 책상 옆에 서 있는 시인을 보여 줍니다. 청중들 중에는 베니나 폰 아르님, 아이헨도르프, 라우흐, 야코프그림, 셸링, 멘델스존과 코르넬리우스, 훔불트와 마이어베어, 판하겐 폰 엔젠, 슐레지엔의 극작가 홀타이 그리고 쾰른의 하인젤멘헨(중세 때의 민간 신앙으로 남이 할 일을 몰래 해 주는 요정), 크프슈가 있습니다. 요정의 합창입니다. 이 시인의 작품을 듣기 위해 유럽 전역에서 손님이 모여든 것입니다. 그는 자기가 살던 시대의 드레스덴을 영광되게 한 것입니다. 요한 왕도 그 무렵 단테 아카데미를 세웠습니다. 요한 왕은 탁월한 교양과 엄청난 지식을 가진 분으로 단테도 번역했고 어마어마한 값어치의 단테 문고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집 이층에서 티크의 딸 도로테아는 볼프 바우디신 백작과 더불어 세익스피어를 번역했습니다. 우리 도시에 명성이 자자한 작품입니다. 단테 아카데미 회원에는 괴테의 친구이자 왕의 주치의인 카루스도 끼어 있었습니다. 문학 정신이 이 도시의 분위기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우아하고 좋은 광장 주위의 길을 계속 걷다가 옆 골목으로 구부러져 들었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가 한동안 거주한 상점을 지났다.
"베버와 드라스덴, 대단한 테마입니다."하고 헬러바인이 말했다.
"나는 음악가가 아닙니다. 말과 그림을 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이야기하고 수집합니다. 여기 구舊시장가에 베버의 최초의 보금자리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 카롤리네가 따스하고 운치 있게 꾸몄습니다. 그녀는 그의 작곡의 신랄한 비판가였습니다. 그러나 호스터비츠에서 비로소 위대한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엘베 강 골짜기는 음악과 회화의 영감도 주었던 곳입니다. 드레스덴의 엘베 강 언덕에 무미건조한 아틀리에를 가지고 있었던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풍경화가 멜로딕한 비유로 영감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아틀리에라고 말했나요? 아닙니다. 텅 비어 있는 작업장이었습니다. 클라이스트가 언제나 그의 집에 있었다고 말해야겠군요. 그러나 <마카엘 콜하우스>와 <깨어진 독>의 작가 클라이스트은 필니츠 가에 거주했습니다. 천재들의 머리를 세어 봅시다. 실러도 칼로비츠에 살았습니다. 아,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던 참이었지요. 소리의 예술과 말의 예술이 드레스덴에 울려 펴졌습니다. 드레스덴은 끝없이 탁월한 아름다운 소리를 세계로 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잊혀졌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소홀합니다. 인간은 사실 낙원과 같은, 이렇듯 위대한 매혹을 소유할 줄 모릅니다. <마탄의 사수>나 <춤 요정>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진정한 베버를 모르는 것입니다. 베버의 진가는 <오리리안테>에 나타납니다. 드레스덴, 그 자유스러운 대기에서 음악의 대가는 인생을 성숙시켰습니다. 그는 편협과 전율을 일으키는 해방 운동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시대를 앞질러 독일 오페라를 만들어 냈습니다" 했다. 그리고 그는,
"내 방으로 오십시오"하더니 급히 내게로 방향을 돌려 "당신에게 그림을 보여 드리겠습니다"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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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르드리히 슈나크(1877~1977)

독일 태생으로 꿈과 현실, 머나먼 이역과 고향 사이를 오간 낭만적 작가. 대표작으로 꼽히는 <나비의 생활>(1928)은 마테를링크의 <꿀벌의 생활>에 대비되는 걸작이며, <숲 속의 세바스티안>(1926), <베아투스와 사비네>(1927), <하늘의 풍금>(1927) 3부작으로 된 <불 타는 사랑>은 자연묘사에 뛰어난 소설이다.

y.s.park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 아우구스투스다리와 카톨릭 궁중교회 등이 보이는 엘베강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