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안영환 |
날짜 : 17-10-03 23:02
조회 :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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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꽃이든 만개했을 때는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질 때는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그렇지 못하다. 더욱이 비바람에 젖어 지는 꽃잎을 볼 때는 측은함마저 느끼게 된다.
인생도 꽃과 같은 것인가? 정치가도, 사업가도, 그리고 종교인도 퇴장할 때의 뒷모습은 지는 꽃잎보다 더 추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거친 비바람과 같은 세파에 그들의 영혼이 씻겨 쇠잔해진 결과일까. 이 땅에서는 인생의 황혼기에 퇴장하는 저명인사 중에서 만인의 흠모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역대 대통령도, 굴지의 기업을 일으킨 사업가도, 그리고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교직자도, 추한 모습으로 퇴장하는 것을 우리는 지켜본다.
권력과 명예의 절정기에 이른 정치가들이 그동안 저지른 비리와 부정이 들통 나 쇠고랑을 차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상아탑의 고고한 학자가 연구비를 횡령하고, 수만, 수십만 신도의 안식처인 교회를 일군 목회자가 세습을 획책하며, 거대한 기업이나 학교재단을 운영하는 가문의 부자간, 형제간 그리고 모자간 주도권과 재산 다툼도 세간에 더 이상 충격을 주지 않는다.
욕망이 크면 클수록 그것은 입신출세의 에너지로 충만 되어 한 인생을 만들고, 그런 다음 그것은 또한 종국적으로 부메랑이 돼 그 인생을 파탄시키는 독이 되는 것일까. 욕망과 이기심을 절제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그 인생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퇴장할 때 하나 같이 추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큰 집에서, 더 풍족하게, 더 좋은 차를 타며, 뽐내며 살고자 하는 욕망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 욕망이 관습과 법과 도덕의 규율을 벗어나면 타인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리고 직장에서도 서로 미워하게 되고, 불행해진다.
내 주변의 지인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크게 출세하지는 못했으나, 인생의 황혼기를 맞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지식인으로서 생업에 충실한 이들의 삶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터전이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명인사들의 삶보다도 이들의 성실한 삶이 모여 우리 사회를 개선, 발전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풍의 계절에 만산홍엽(滿山紅葉)을 바라볼 때, 이들의 인생 황혼은 오색 단풍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단풍이 곧 낙엽이 되는 것처럼 이들의 인생도 머지않아 그렇게 지게 될 것이다.
황혼녘 햇빛을 받아 그의 흰 머리카락이 은행 단풍 색깔로 물들여질 때, 나는 지인에게 “자넨 곱게 늙었어, 애도 잘 키워 결혼도 부러울 만큼 잘 시키고 말이야”라고 그의 인생을 평가해 주었다. 나와는 40여년 지기인 그는 젊어서부터 그 나름대로의 간단한 삶의 지침을 갖고 살아왔다. ‘부지런하지는 못할망정 게으른 생활은 하지 말자’,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을 말하지 말자’, 그리고 ‘남을 해치지 말자‘는 것 등이다.
게으르지 않다면 적어도 원하는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게 되고, 거짓말 하지 않는다면 타인에게 신의를 지킬 수 있으며, 내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지 않는다면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는 이 지론대로 살아왔다. 괜찮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 30년 넘게 치열하게 일한 다음 은퇴했다. 그의 두 아들도 아버지의 지론을 실천함으로써 아버지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를 절제하며 정직하게 정진하는 인생은 꽃처럼 아름답게 피었다가 황혼기를 맞아 오
색의 단풍처럼 아름답게 지게 될 것이다. 나의 한 지기지우(知己之友)를 보면서, 퇴장할 때의 우리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중년에 접어들어 몇 십 년 후 퇴장할 때의 모습을 그리면서 살아가게 된다면,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변해 갈 것이 틀림없다. 퇴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름다우면, 부정과 부패가 척결되는 사회, 다툼과 불화가 적어지는 사회, 그리고 화합과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돼 우리 후손에게도 행복한 삶의 터전을 물려주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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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7-10-04 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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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작품을 읽고 공감을 하게 됩니다.
사람은 마지막 퇴장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렇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존경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많은데 존경할 만한 사람이 썩 드물다는 말이 나오느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생활에 충실하고, 칭찬을 받고 떠나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사회 지도층이나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에게서는 별로 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오히려 하위직에서 평법하게 은퇴하는 사람중에 그런 사람을 더러 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격의가 없고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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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7-10-04 1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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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등산을 자주 가는데 내리막길이 더 위험하고 실제로 사고는 내리막길에서 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최근에는 올라갈 때보다 내리막길에서 무릎과 발목이 더 아프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내리막길을 더 조심합니다.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보니까 그것도 내리막길이 더 두렵더군요.
인생도 퇴장의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 공감합니다.
저도 내리막길의 출발점에서 선생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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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7-10-05 0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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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환선생님 좋은 글 공감이 가고, 혼탁한 이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세를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리고 출세를 위해서 남을 해치고,
상위직에 오르고 나서는 뇌물 받기에 급급한 자들을 보면 퇴직하고 나서도 역시 구린내가 나 주변에 사람다운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멀리하는 것을 요즘 복지관에 다니면서 직접 보고 느낌니다.
인간은 퇴직 후에, 더 나가서는 관뚜껑이 닫혀진 후에 적나라하게 드러 날 것입니다.
후진들에게 귀감이 되는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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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7-10-05 07: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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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환 선생님 잘 지내시죠? 얼마인지 모르지만 남아 있는, 생에대하여 생각해 보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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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10-05 23: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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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환 선생님 ! 같은 나무의 단풍닢도 어떤 단풍잎은 새파랗게 단풍도 들지 않고 떨어지는 단풍이 있고, 어떤 단풍닢은 다 고스라져 떨어지는 단풍닢도 있는 반면 어떤 단풍닢은 책갈피에 넣어두고 싶도록 아름답게 단풍이 물들어 떨어지는 단풍닢을 봅니다. 그리고 저자신의 뒷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다행이 공직은 아무탈없이 정년퇴임을 했지만, 앞으로 남은 제 마지막 뒷모습은 과연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그렇게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안영환 선생님 !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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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7-10-06 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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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뒷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앞 모습도 별로였으니 뒷모습도 별로일까 걱정이구요. 생각학 하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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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환 |
17-10-06 1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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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졸문을 일견해 주신 선생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일만 선생께서는 역강하신지요. 김용순 인형 부산 생활이 어떠신지요. 고향에 가셨으니 행복할 거로 생각합니다. 임병식 선생의 글은 공부삼아 읽고 있지요. 이방주 선생의 글은 참 아름답습니다. 김권섭 선생님은 뵈올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임재문 선생님은 참 부지런하시고, 어디든 들어가면 선생의 댓글을 발견하지요. 회장다운 회원이라 할까요. 회원 여러분들, 앞으로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기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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