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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7-08-27 09:29
조회 :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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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넷 문화 관장과 통화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당분간 글 한 편 쓸 계획이 없었다. 삼복더위에 책을 낸다고 진을 빼고 다녔더니 새삼 의욕을 낼 형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점심 후 식곤증에 빠져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찰나의 전화 한 통이라니 전후 사정을 파악했을 리 없다. 있던 원고 중 골라내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덥석 승낙하고 말았는데 주제가 정해져 있는 기획 원고란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 살아오면서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글제를 받아들고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도 같아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나에게 터닝 포인트라면 대략 두 가지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중 하나. 유년의 일이었으니 내가 주체가 된 일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만일 이때 잘못된 결정을 했다면 나의 현재는 어떠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8.15 광복 후 남북이 한창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북한의 조부모님께서는 일찌감치 남북분단을 예견하셨던지 서둘러 자녀들을 남으로 보내기로 하셨다. 늙은 우리야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이 땅을 떠날 수 없지만, 너희들만은 살아야한다는 충정에 자식들을 남으로 내려 보내셨다. 그에 따라 우리 가족도 똑딱선에 의지한 채 황해도 해주를 거쳐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었다. 만일 이때 결정을 주저했다면 지금 나의 삶의 모습이 과연 어떠할지 현재 북한의 모습을 보면 미루어 짐작이 어렵지 않다. 월남(越南) 이후 명절 때마다 북의 조부모님을 그리며 눈물 짓던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까지 풀지 못한 이산가족의 한으로 남아있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로 IMF 위기 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97년도 시작된 외환위기 사태는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쳐 교사들의 무더기 명예퇴직을 몰고 왔다. 경력교사를 내보내고 젊은 교사를 채용함으로써 국가 예산을 줄이고자 했던 정책이었는데 99년도 한 해에 나간 교사의 수가 만여 명에 달했다니 이때의 열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출근하면 아침부터 학교 안팎이 뒤숭숭해 수업을 할 수 없었다. 지금 퇴직하지 않으면 연금이 대폭 줄어든다는 데 어찌할 거냐. 빨리 결정해서 교감에게 알려라. 명단을 작성해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등의 반협박성 방송이 아침부터 좌불안석하게 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선배 교사들이 이 기회에 그만둔다며 자리를 차고 나가는데 그런 모습들이 나에겐 그렇게 호기롭게 보일 수 없었다. 어찌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진퇴양난. 이럴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아내의 얼굴. 대충 학교 분위기를 전하고 의견을 구한다. 잠잠히 듣고 있던 아내가 내놓은 의견이라야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딱 한 마디 질문이 전부였다. “그런데 당신, 아이들 가르치는 거 싫어?” “그렇진 않은데? 어정쩡한 나의 대답에 아내의 답이 이내 돌아온다. 그렇다면 그대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아이들이 싫고 가르치는 일이 지겹다면야 당연히 선생을 내려놔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하는 게 어떠냐고. 연금과 견줄 일이 아니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이야기에 나 역시 다른 이유를 달 수 없었다. 그렇다. 내가 학교를 떠나는 날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싫어질 때, 가르치는 일에 의미가 없어 보일 때까지로 정하자. 결론을 내리고 나니 머리가 가벼워진다.
IMF 사태가 가라앉고 교직 사회도 많이 평정을 되찾은 몇 년 후. 학교엔 심심찮게 외부 상인이 찾아왔다. 도서상품, 생활용품을 들고 와 할부로 권하는가 하면 소형 트럭에 과일을 싣고 퇴근길의 교사들을 불러 세웠다. 퇴직 열풍에 휩쓸려 학교를 떠난 전직 동료 교사들이었다. 삶의 고단함이 배어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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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08-28 0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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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 참으로 현명한 선택에 박수 보냅니다. 그 누구 눈치볼 수 있나요? 우선 내가 결정해야할 내 앞길의 문제인데, 저도 지난 세월 아찔아찔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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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7-08-28 2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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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돌아보면 아찔했던 위기의 순간들을 무사히 넘긴 덕분에 오늘의 삶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 임 선생님이나 저나 별 탈 없이 지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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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7-08-28 06: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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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의 작품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읽으니 정말 기로에서 두가지의 선택을 잘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남하는 거야 자의로 한 것은 아니지만, 명예퇴직을 않는 건 잘 하셨습니다.
저는 그해에 계급정년에 걸렸는데 오히려 연장을 받아서 5년을 더하고 나왔습니다.
그것을 천우신조로 생각하고 삽니다. 직원을 정리하는 태풍속에서 오히려 연장수혜를 받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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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7-08-28 2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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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선생님, 그 어려웠던 시기에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5년 연장 근무를 하셨다니 몹시 궁금합니다. 이번 기회에 비화를 밝힐 용의는 없으신지요?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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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7-08-28 0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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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선생님 천만이산 가족 중의 한 분이었군요. 북에 계신 조부모님 안타깝고,
부모님께서는 대단한 결단을 내리시어 대한민국 조국에 잘 오셨습니다.
IMF 시기 명퇴를 많이 시킬 때 잘 극복하고 정년까지 하셨으니 축하합니다.
인생살이 큰 고비 고비 현명하게 잘 극복하고 승리의 삶을 사셨군요.
남은 인생도 건강하시고 평안하시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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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7-08-28 2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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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결단이 인간의 삶 전체를 결정짓는다 생각하니 새삼 두려운 생각입니다. IMF때 역시 그토록 파문이 클 줄을 당시에는 몰랐지요. 주신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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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7-08-29 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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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기에 명퇴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글쎄요, 인생이란 미래에 어떻게 전개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아닐까요. 혹시 압니까. 명퇴하셨다면 지금보다 더 큰 성취와 짧은 인생에 좀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을 수도 , 누가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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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7-08-30 2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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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러나 본인 의지가 아닌, 국가적 비상 사태에의해 떠밀려나가는 퇴직의 결과가 좋으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였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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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7-09-04 1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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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어나가며 ilman의 터닝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되네요. 보내 주신 첵을 읽으며 글 속에 담긴 강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깊은 사랑을 읽었는데, 사모님도 그런 남편의 마음을 읽었다고 생각 되네요. 일언이폐지하고 돈 때문에 스승의 길을 버리지 않은 것은 강작가의 터닝 포인트에 분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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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7-10-07 2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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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정년까지 가신 것은 의지에 따른 결정이셨으니 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년을 2년 앞두고 명퇴를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한 2년 쯤만 더 미리 퇴직하였더라면 두번째 삶이 더 탄탄해지지 않았을까
때로 후회도 됩니다.
사람마다 다 선택의 중요한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든 선택의 순간에 한 발 더 내디디는 용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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