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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7-08-01 03:23
조회 :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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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떠난 여인
임 재 문
지금부터 사십여년전 늦가을 어느날,. 낙엽이 떨어져 보도위를 나뒹굴고, 겨울의 문턱처럼 그렇게 싸늘한 한기까지 느껴지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여느날 처럼 아침에 출근해 보니 직장 분위기가 착 갈아앉아 있다.. 날마다 샤우팅을 하던 시국사범들도 웬일인지 오늘은 고요한 침묵속에 숙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서대문 형무소라고 불리웠던 현저동 101번지 서울구치소 담장안이다..
오늘은 사형집행이 있는 날 ! 수용자들의 심리적 동요를 우려해서 모두가 비밀로 하는 것인데도 왜 그렇게들 직원인 나보다도 더 빨리 알아차리고 숙연해 있는 것일까?
사형을 집행하다 보면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렇다 ! 우리 모두가 사형을 선고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그 집행을 하지 않은 것 뿐이다. 대부분 사형수들은 자신의 집행전에 예감으로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한다고 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눈물을 흘린다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꿈으로든지 어떻든 그렇게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예지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라고 해야 한다.
사형을 집행 당하는 사형수들 한결같이 죽음이 두려운 것은 매 한가지 일것이다. 그러나 죽음에 당당하게 맞서는 사람은 불교신자든 기독교 신자든 천주교 신자든 가리지 않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다.
반면에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사형을 두려워한다. 연행할 때도 집행장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도 보았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는 한 여인의 집행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녀였다. 그녀의 죄명이 무엇인지 나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이 그녀를 사형집행까지 이르게 했는지, 나는 묻고 싶지 않다.
오로지 그녀는 기독교 신자였고, 하나님을 영접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는 사형장에 나올 때도 두려운 느낌이 없이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그리고 예전행사인 간단한 기독교 종교절차도 다 마치고, 그리고 마지막 기도를 낭랑한 목청으로
간곡한 기도를 올리고, 그리고 마지막에 주여 ! 한마디 외치고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갔다.
사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집행장면이 내 머리속을 맴도는 것은 내 나이탓도 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반추해보아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살이의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뒤와 같이 그렇게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갈 때는 순번이 없다. 태어나기도 전에 죽기도 하고 갖 태어나서 고고의 지성을 발하고, 죽기도하고 요즘같으면 백세를 누리고 죽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나 자신도 언제 어느때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 자신도 그렇게 당당하게 죽음에 맞설 수 있을까? 하나님께 마지막 기도를 낭랑한 음성으로 올리고 갈 수 있을까? 죽음이 두려워 발버둥치지는 않을까?
천상병 시인처럼 그렇게 이 세상 소풍이 즐거웠노라고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육십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내 나이가 아무 두려움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단계가 아니겠는가?
나보다도 더 못살고 간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병마와 싸우다가 안타깝게 간 사람들은 그 얼마나인가? 하루하루를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건강하게 살다가 나도 그 여인처럼 하나님 오라하실 때 당당하게 두손 번쩍 쳐들고 죽음을 맞이 해야만 하리라.
가을에 떠난 여인 ! 그녀는 나에게 죽음의 표상으로 다가온다. 언제 어느때 나를 부르실 지라도 나도 그렇게 당당하게 떠나가야만 하리라.
2017년 6월호 한국수필
1986년 봄호 한국수필 추천완료
한국수필작가회 창립 발기인으로
초대 감사 초대 이사 11대 부회장 11대 회장 역임.
수필집 " 담너머 부는 바람" 1993년
"사형수의 발을 씻기며"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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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08-01 0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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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필을 쓰는 사람은 곧 바로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그렇게 떠나야 할까요? 아니지요 ? 저는 우리 한국수필작가회 30주년을 지냈으니 50주년 100주년까지 오래오래 살다가 우리 한국수필작가회 창립 수백번째 창립 기념일에도 꼬옥 참석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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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7-08-03 2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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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죽음과 종교 그리고 사형수, 또 아름다운 여인-짧은 글 속에 담겨진 생각들이 간단치 않은데 마지막 임선생님 자신의 멘트는 무언가요? 임선생님, 행여 그런 생각하지 마시고 100주년 기념일에 저와 함께 건배 한번 외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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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08-04 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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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
감사합니다.
백주년 뿐 아니라
더더더 오래오래 건배합시다.
건강하세요 !
강승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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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7-08-12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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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이곳에 와서 죽음의 소식만 듣네요. 최복희 작가 부근의 소천에 임작가의 사형수 여인의 당당한 죽음.
그리고 자꾸 주위에서 죽음의 소리를 듣네요. 술친구의 암 소식에 술친구의 절주 소식 등등.
위 글을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라는 사형수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읽으며 웃어 봅니다.
"저는 우리 한국수필작가회 30주년을 지냈으니 50주년 100주년까지 오래오래 살다가 우리 한국수필작가회 창립 수백번째 창립 기념일에도 꼬옥 참석할게요. " ilman도 그러시나 그때까지 지켜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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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08-13 0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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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 !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창립기념일 참석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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