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7-07-21 00:42
조회 : 1239
|
|
|
|
자운영 들판
임 재 문
봄이 오면 나는 전라도 고향땅의 자운영 들판을 생각한다.
냇가 둑길로 연하여 피어 있는 노오란 개나리꽃이며, 뒷산에 진달래라든가 동백꽃 등, 고향의 봄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어디 한 두 가지이겠는 가마는, 이른 봄 연초록의 들판 위에 붉은 빛을 토해내던 자운영은 유달리 고향의 봄을 생각나게 한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내가 고향을 떠나온 뒤에도 도시 근교에서 봄이 되면 흔히 보아 오던 터요, 고향의 동백꽃도 쉽게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온 뒤로 나는 아직까지 내가 어릴 때의 그 자운영 들판을 찾아볼 수가 없어 봄이 오면 더욱 더 자운영 들판을 생각하게 하는 것인지 모른다.
자운영 들판은 가난한 농부들의 마음의 축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춥고 지루한 겨울을 이겨낸 하나의 감격이기도 했다.
자운영은 초가을에서부터 이듬해 늦은 봄까지 자라는 이년생 콩과 식물이다. 농부는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려 할 무렵이면 벼 사이에 자운영 씨앗을 뿌린다. 벼를 베고 나면 이미 자운영은 연한 싹이 나와 논바닥에 달라붙은 듯이 자라나며 기나긴 겨울을 맞게 된다.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면, 자운영은 온 들판을 연초록으로 물들이게 되고, 연하게 자라는 어린 싹을 잘라다가 데쳐서 된장에 무쳐 먹으면 향긋한 봄 냄새와 함께 봄의 미각을 한껏 맛볼 수가 있어서 좋았다.
먼 산에 아지랑이가 아른거리고 종달새 소리가 높아질 때면 자운영은 꽃이 피어 온 들판을 붉게 물들이고, 꿀을 찾는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 조용하기만 하던 들판은 한마당 굿판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향의 들판을 온통 붉게 물들이던 자운영 !
자운영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땅을 기름지게 한다. 그뿐인가? 꽃이 시들고 나면 이내 잎도 퇴색하게 되고 자운영은 베어 내어 다시 땅의 밑거름이 되었다.
불과 며칠 동안의 울음소리를 위해, 수년을 어두운 땅 속에서 번데기로 살아야 하는 매미처럼, 한 때의 붉은 빛을 위해 기나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자운영, 그리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그 생명을 마치고야 마는 것이 자운영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아 ! 나는 춥다, 춥다 하며 몸부림치다가, 아 ! 나는 따뜻하다. 외롭지 않다고 할 때, 훌쩍 떠나가야만 하는 인생살이처럼 자운영은 이 땅에 잠깐 동안의 붉은 빛을 남기고 사라져가는 것일까?
이제는 농가에도 자운영을 심는 것을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농가의 일손이 모자라기도 하지만, 볏짚들이 대부분 다시 논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자운영을 심지 않아도 땅을 비옥하게 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자운영은 생장력이 강한 식물이다.
이제는 그 누가 가꾸어 주는 이도 없건마는 자운영은 논두렁에 홀로 자라 그 명맥을 유지하고, 봄이 오면 초라하게 꽃이 피어 옛날의 한 시절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나는 해마다 봄을 맞으며 자운영 들판을 떠올린다. 이제라도 나는 고향의 자운영 들판을 찾아가 코끝을 간질거리는 꽃향기에 취하고, 마음껏 고향의 봄노래라도 불러 보고 싶다. 잊지 못할 내 고향의 자운영 들판이여 !
2017년 1월호 월간문학
전남 해남 출생
강릉교도소 복지과장 정년퇴임
1986년 봄 한국수필 추천완료 수필 문단 등단
한국수필작가회 11대 회장 역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저서 수필집 "담너머 부는 바람"
"사형수의 발을 씻기며"
|
|
| 김권섭 |
17-07-23 04:03 |
 |
자운영 들판 생각만 해도 어릴 적 논에 장관을 이룬 빨간 꽃들이 이제는 그리워집니다.
자운영 들판에는 꽃과 함께 벌들이 날아들고 벌통을 놓아 꿀을 따는 날 꿀을
한 숟갈 얻어먹으면 꿀맛이 이런 것인가 하고 침을 삼키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요즘 꿀을 사먹어도 그 때 맛보았던 꿀맛을 잊을 수 없네요. ㅋㅋ
|
|
|
| |
| 임재문 |
17-07-24 00:56 |
|
김권섭 선생님 ! 어릴 적 고향의 자운영 들판은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자운영 들판을 목격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고향을 떠나와서이기도 하지만,
고향의 들판도 자운영을 재배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혹 논두렁에 자운영이 자생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 건강하세요.
|
|
|
|
| 일만성철용 |
17-07-24 04:42 |
|
|
고향의 자운영이 임 작가를 만나 영물(詠物) 글로 호강을 하네요. 이렇게 작품을 통하여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아 ! 나는 춥다, 춥다 하며 몸부림치다가, 아 ! 나는 따뜻하다. 외롭지 않다고 할 때, 훌쩍 떠나가야만 하는 인생살이처럼 "이란 구절이 특히 마음에 오네요.
|
|
|
| |
| 임재문 |
17-07-25 02:26 |
|
|
일만 성철용 선생님 인생 2부를 즐기시고 뜻있게 보내시니 부럽습니다. 저도 아마 언젠가는 일만 성철용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지 않을까 기대하며 살고 있답니다. 어릴적 자운영 들판은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빨갛게 물든 자운영 들판이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았는지 지금도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 ! 건강하세요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