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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영월 |
날짜 : 17-06-13 17:21
조회 :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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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만약 신이 여성의 몸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나는 화가가 안 되었을지 모르겠다.
서울 시립 미술관의 르누아르 (1841년- 1919년. 프랑스 인상파 화가) 전시장 벽면에 씌어 진 글씨가 그의 작품세계를 한 마디로 드러내고 있다. 그의 전체 작품 중에서 절반가량인 2천여 점이 여성을 주제로 한 인물화라고 하니 과연 그럴 법하지 않은가. 여인을 모델로한 그림 중에 소녀의 모자에 꽃장식을 하는 행복한 모습, 해변가의 소녀들, 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녀, 가브리엘과 아들 장, 젖먹이는 여인, 목욕하는 여인들이 눈에 띤다. 여기에서 ‘가브리엘’이라는 여인은 르누아르의 사촌 처제로 아들의 보모이면서 가족처럼 지내며 모델 역할을 가장 많이 한 분으로 그의 각별한 관심을 받은 듯하다.
르누아르가 당시의 인상파 대표적 화가로 발돋움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고 치열한 작가정신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그의 고백이 감동적이다.
-이 드로잉을 완성하는 데 5분이 걸렸지만 이에 다다르기까지 60년이 걸렸다.
그는 하루도 그림 연습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60세까지 튼튼한 기초를 쌓는 데 주력했다고 하니 대기만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노년에 화필을 쥐고 있는 그의 기록 영상을 보니 줄담배를 계속 피워대며 긴장한 모습과 얼마나 손을 혹사했는지 류마티스 증세가 있어 손가락 마디에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많은 소재들 가운데도 ‘여성’을 중심으로 테마를 설정하여 전념한 것은 여인은 생명의 원천이 되고 사랑의 원천이 되고 자유의 근원이 된다는 그의 사고를 엿보게 한다. 즉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는 중심에 여인을 놓고 그토록 화려한 빛과 색채의 조합으로 예술혼을 불태우지 않았나 싶다.
‘삶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하나의 메시지. 그림을 통한 긍정의 메시지에 공감을 느낀다. 피카소의 추상화에서 보는 괴상한 그림이나 현대 젊은 화가들의 비구상을 대할 때 너무 난해하여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르누아르의 이런 작품들은 어렵게 느껴지질 않아 그냥 편안하고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한다. 나의 글쓰기도 쓸 데 없는 난해성을 지양하고 오직 독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마음에 물 흐르듯 스며들어 힐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문학 작품 속에서 괴테의 파우스트 결말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인도한다고 했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지옥으로 끌려가지만 여주인공 그레첸의 도움으로 결국 천국으로 향하는 구원에 이른다. 또스또엡스끼의 죄와 벌에서 라스코리니코프가 시베리아 유형을 떠날 때 동행하고 그를 구원해 준 역할도 소냐라는 여성이었다. 단테의 신곡에서도 구원의 여인, 베아트리체가 지옥과 연옥이 아닌 천국으로 주인공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병영생활을 하는 동안 펜팔을 통해 주고 받은 한 여인으로부터의 수많은 편지는 내게 문학적 영감의 원천으로 남아 있다. 문단에서 활동할 때도 남자들보다 여성 문우들과 어울려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내면의 그윽한 향기를 지닌 여인은 얼마나 매력적이랴. 지난 로마 여행 중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바라 본 피에타 상은 내게 무척 인상 깊게 다가 왔다.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의 처참한 형벌을 받고 축 늘어진 예수님을 품에 안고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성모상, 그가 하나님의 거룩한 아들이지만 자신의 육신을 빌려 낳은 예수님의 비참한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모성애 앞에서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으랴.
에덴동산에서 부족할 것이 없는 아담에게 하나님이 하와와 짝을 맺게 한 것도 아름다움의 극치인 듯하다. 화려한 꽃과 푸른 숲, 맑은 시냇물, 지저귀는 새들, 살랑거리는 바람이 있어도 아담이 홀로 지낸다면 그러한 풍경들은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와라는 여인이 옆에 있어 비로소 완성된 멋진 그림이 될 수 있었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제 때 짝을 만나지 못한 혼남, 혼녀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우선 남녀가 하나 되어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기본적 인식의 변화가 차츰 엷어지는 듯하다. 땅과 하늘의 조화로 아름다운 음양 관계가 이루어지듯이 남녀의 자연스런 만남이 이루어져 제대로 순리를 찾는다면 얼마나 바람직하랴.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학교 동창생과 직장 동료 및 교회 신자들, 문단이나 취미 모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연락처가 수첩에 빼꼭하게 적혀 있고 명함꽂이에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그러나 수시로 만나서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거나 여행하고 싶을 때 함께 나설 수 있는 친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가장 만만한 사람은 옆에 있는 아내인 듯하다. 둘이 함께라면 언제든지 마음이 편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3년 전에 병실에 입원해 있을 때 수고를 아끼지 않던 아내에게 새삼스레 고마움을 느꼈다. 남자는 어른이 되어도 여인에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성애를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걸까. 다시 한 번 르누아르의 ‘젖먹이는 여인’이란 그림 앞에서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고 보살피고 행복해 하는 모성, 그 영원한 여인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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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06-14 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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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 선생님 ! 여인 ! 그 아름다움을 추구해 가는 마음이 부럽습니다. 오늘날의 현실은 모든 것을 상품화 시키는데 여성의 아름다움도 상품화 시키는 것 들을 봅니다. 이제 진정 아름다움은 외적인 가치관 보다도 심층심리에 자리하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해 가는 것이 더욱 더 보람있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월 선새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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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월 |
17-06-15 2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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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건강하시죠?
화가는 물론 문학예술에서 여성적인 것의 추구가 인간의 영혼을
심화 시키는 작업인 듯 합니다. 좋은 멘트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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