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숲과 광릉은 3분거리 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숲은 포천시 소홀읍 직동리에 있고 능은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로 갈린다. 4월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한 낮에는 초여름을 느낀다. 봄의 끝자락을 잡고 광릉 숲을 찾아 피톤치드가 내리는 전나무 숲길을 거닌다.
오대산 월정사와 부안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전나무 숲길이다. 장성 축령산의 편백에서 안개처럼 뿜어내는 음습하면서도 그윽한 향기만은 못하지만 서울 근교에서는 귀중한 숲길이다. 편백은 측백처럼 잎이 향나무같이 뭉뚝한데 비해 전나무는 잎이 짧은바늘처럼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어 대고 가슴으로 크게 숨을 들이 마신다. 조금이라도 온몸의 안 팍을 피톤치드에 적시고 싶어서다.
숲길을 막 벗어나자 비술나무가 마중한다. 줄기는 느티나무처럼 매끈하고 늠름한데 겨우살이처럼 가지에 핀 잎들이 깨끗하고 가지런하다. 잎이 나기 앞서 묵은가지에 꽃이 피는 나무다. 느릅도 아닌 것이 더군다나 매화도 아닌 것이 꼭 산수유에 꽃술을 붙여 놓은 것 같다. 원래 강바람 살랑 거리는 곳에 꽃술이 떨어질까 봐 위험스럽게 피는 꽃이다. 그래서인지 꽃말이 위엄이란다.
바로 그 때였다. 숲 속에서 노루 한 마리가 튀어 나온 것 같았다. 그것도 커다란 놈이다. 줄기가 노루 뿔처럼 얼룩덜룩한 무늬로 새겨져서 밤에는 꼭 노루처럼 보인다. 노각나무다. 다른 꽃들이 피고 지고하여 종자를 한참 키워갈 무렵인 7-8월경에 동백꽃처럼 하얗게 피어서 한 달간이나 여유롭게 뽐내다 간다. 가을에는 붉은 색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에는 눈 속에 갇힌 은사시나무처럼 자태가 은은하다.
광릉 숲 여기저기에는 계절이 그래서인지 철쭉이 사방에서 피어난다. 그사이 사이로 산철쭉 또한 풍성하게 섞여 있다. 철쭉보다 잎이 가늘고 약간 뾰족하다. 꽃은 철쭉보다 못하다고 해서 개 철쭉이라고도 하나 꽃봉오리만큼은 작고 야물게 생긴 것이 철쭉보다 앙증맞다.
나무들 사이로 봄바람이 분다. 오늘은 장범준의 ‘봄바람 휘날리며’의 노래가 딱 어울리는 계절의 거리다.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
오 또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 좋아요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2017. 4. 26 광릉수목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