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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6-09-30 05:38
조회 :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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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미풍양속
임병식 rbs1144@hanmail.net
흔히 하는 말로 ‘유행은 빨리 변하고 풍속은 그보다 느리게 변한다.’고는 하지만 생각해 보면 풍속도 급속하게 변해가지 않는가 한다. 아니 변한다기 보다는 숫제 사라진 것들도 많다. 5,60년을 전후하여 생각해 볼 적에 종적을 감춰버린 풍속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것의 하나로는 전통혼례 풍속이 있다. 지금은 결혼식을 으레 예식장에서 치르지만 옛날에는 그러질 않았다. 신부의 집 마당에서 치렀다. 그것도 조촐하게 혼례상에 생화를 장식하여 목기러기와 산 닭을 놓고서 예식을 올렸다.
물론 그 이전에는 으스름한 저녁에 혼사를 치러서 결혼의 혼(婚)자는 그 때문에 생겼다고 하지만 이후에는 낮에 치르게 되었고 혼례는 간소하나마 격식을 갖추었다. 거기에는 목기러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것을 놓은 것은 암수가 평생을 함께하며 지내다가 어느 쪽이 홀로되면 남은 새끼를 책임지면서 끝까지 기르는 것을 본받고자 한 것이며, 산 닭을 놓은 건 수탉은 가장의 책임을, 암탉은 다산의 의미로 그리 했다고 한다. 이 밖에 폐백 시에 대추와 밤을 치마폭에 던져주는 건 자손을 빨리 보라는 뜻을 담았단다.
옛날에는 장가를 들 때 일정한 통과의례를 치러야만 했다. 소위 ‘탈선’이라고 해서 마을 청년들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가 신랑의 사람 됨됨이와 언변을 점검하는 것인데 통과가 쉽지 않았다. 더러는 현장에서 담배를 주고 빠져나오거나 부채를 빼앗기기도 했다. 그것을 빌미로 동상례(東床禮)때 결혼한 신랑이 장인장모를 뵈러오면 부채를 돌려준다는 구실로 신랑의 학식을 또한번 다루었다.
다음은 그때 있었던 이야기다. 마을 청년들이 빼앗긴 부채를 찾아가라며 술 한 동이 값 백 원을 요구했다. 신랑이 지체 없이 문자를 써서 답변했다. ‘四口方方(사구방방) 片月(편월) 三星(삼성) 士一 一口(사일일구)無點止(무점지) 大口小口 三口八 丁口也(대구소구 삼구팔 정구야)’ 이것을 풀이하면 四口方方은 밭 전(田), 片月三星은 조각별이 세개이니 심(心)자가 되어 합치면 생각 사(思)가 된다.
거기에 사일일구(士一一口) 무점지(無點止)라 했으니 점 하나를 떼면 일(壹)자가 되고 대구소구 삼구팔을 순서대로 쓰면 원(圓>자이며. 정구(丁口)는 가(可)가 되니 합하면 일원가(壹圓可). 따라서 부채 값은 ‘일원이면 가하지 않느냐’고 한 것이었다. 말장난 같기는 하지만 얼마나 재치 있고 통쾌한가.
이를 보더라도 옛날에는 먹을 것이 비록 귀하고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거치며 궁핍한 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품위 있는 놀이를 즐길 줄 알았으니 그 시절이 부럽기도 하다.
문자 이야기는 또다른 일화도 전해온다. 때는 조선 성종 때 미색이 뛰어나고 시문을 잘 짓는 기생이 개성에 살았다. 젊은 한량들이 그녀를 한번 안아보려고 꿈꾸었다. 그러나 어지간히 콧대가 높지 않아 문장을 내놓고 풀이하도록 해서 그것을 못 풀면 주안상을 놓고 마주 앉지도 않았다.
하루는 도도한 그녀가 방을 내붙였다. 무슨 뜻인지 알아맞히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리하면 하룻밤을 함께한다는 약조를 내걸었다. 다음은 그녀가 낸 문제. ‘點 一二口 牛頭不出(점일이구 우두불출)’
글줄이나 읽은 한량들이 나섰지만 풀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그런데 허름한 차림의 한 중년이 나타나 문제를 보고는 빙긋이 웃으며 치마폭을 내주라 하여 딱 한 자를 썼다.
‘許.’ 그래서 그가 낙점이 되어 운우지정을 나누게 되었단다. 풀이하면 점 일이구(點一 二口)는 (言 )자. 우두(牛頭) 불출(不出)이니 오(午)가 되어 이를 합하여 허(許)가 되어서 그렇게 풀었던 것이다. 한때의 낭만이 아닌가 한다. 이렇듯 옛날에는 나름의 멋이 있었다. 하나 지금 세상에선 어떠한가. 은근한 멋이 도무지 없다.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말과 전화로 소통하고 살다보니 직유는 넘쳐나고 편지나 문자로 전하는 은유의 멋은 없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때문에 이런 문자 놀이를 하던 당시는 비록 가난한 시절을 보내 배는 고팠지만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넉넉하고 풍요로웠지 않았나 한다. 새삼 옛날이 그리워지고 그 시절의 낭만이 아름답게 생각된다. (2016)
<한울문학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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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6-10-01 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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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건강하시지요?
참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기러기도 혼자 남으면 제자식을 챙기는데
요즘은 기러기만도 못한 인간(ㄴ둘이 같고 노구 = ㄴ ㅕ ㄴ , ㄴ ㅗ ㅁ)들이 많은 세상이라
가끔은 통탄해 마지 않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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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6-10-01 07: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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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선생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고 계시겠지요.
건강 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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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6-10-01 1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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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새삼 옛날이 그리워지고, 옛날 생각이 납니다.
미풍양속도 그렇지만, 예절도 많이 변해 갑니다.
물질 문명 시대에 살다보니 인간의 감성이 점점 더 메말라가는 것을 느낍니다.
감성 뿐만 아니라 정감도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즈음입니다.
그 옛날 그 시절 그리고 그 풍속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도 없는 것이 세월이니 무심한 세월 흐르는 구름처럼
바라만 보고 함께 흘러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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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6-10-01 15: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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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중에 손편지를 써서 주고받은 일도 거의 사라지지 않았나 싶군요.
붉은 우체통은 다문다문 보이는데 누가 편지를 써서 넣을까 싶기도 합니다.
환절기기 시작되는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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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6-10-07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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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절, 그 때는 그에 걸 맞는 정감 어린 놀이가 있어 행복합니다.
당시에도 문자놀이를 내 걸고, 해석할 정도면 유식하고 자부심이 컸을 것입니다.
저도 50년 전 친구 결혼 때 긴 창호지에 축사를 붓으로 써 신부집 마당에서 읽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 오릅니다.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한 친구는 농사를 지며 20살에 장가 갈 때
저로 하여금 축사를 부탁하여 하게 됨은 큰 기쁨으로 여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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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6-10-07 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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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도 19세에 결혼을 했는데 제가 축사를 써서 신부집 마당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친구의 아들은 나이 쉰이 넘었습니다. 나름 멋진 말을 써갔던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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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6-10-09 2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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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모처럼 임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어렸을 때 결혼풍속이 생각납니다.
고을마다 약간씩은 다른 것 같은데 거의 비슷한가 봅니다.
오늘은 남쪽 끝 바닷가 장흥문학특구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문학의 향기가 도도히 넘쳐흐르는 고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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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6-10-10 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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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계선생님,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이군요.
저도 월말경에 장흥축제에 가볼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장흥 들른김에 여수다녀가시지 그랬습니까.
내년 봄에는 제가 서울 올라가서 식사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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