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새의 자녀교육
/석계 윤행원

우리들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과 발육을 위해서는 부모의 세심한 가정교육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은 주로 지식교육에 치중한다고 할 수 있지만, 가정교육은 인성(人性)교육이 앞선다.

가정에서의 교육은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치와 덕목(德睦)을 가르친다.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사랑이 왜 소중한지 그리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올바른 행동의 지침을 보여준다.

시대가 변하면 가치도 변한다. 부모는 변하는 가치를 제대로 읽고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부모에게서 받은 생명을 보람있게 쓸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다양한 감정을 체험하고 미래의 훌륭한 생활인이 되도록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 우리들의 사회생활에서 반듯한 가정교육을 받은 사람은 어딘가 표가 난다.

요즈음 부모는 다들 질 좋은 교육도 받았고 아이들 가정교육도 잘 하련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옛날에는 자식들도 많았고 비교적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였지만 아이들 심성(心性)만은 반듯하게 잘도 키웠다. 정부가 한 때는 산아제한을 한다고 극성과 야단을 해서 그런지 요즘엔 아이들이 모자란다. 현대의 가족은 대게 아이가 하나나 둘이 고작이다.

귀한 자식이라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게 된다. 지난 이야기지만 세계 효 본부 사무총장인 김 교수와 여행을 같이 한 적이 있다. 孝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한 끝에 한국의 효를 진작시키는 방법에 대하여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 나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기에, 나는 아이들에게만 孝를 가르칠게 아니라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깊이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의 의견을 듣고나드니 옳은 말이라고 공감(共感)을 했다. 너도나도 오냐오냐 하다 보니 자식을 너무 두둔하게 되고 버릇없게 키운다는 것이다. 자기만 알고 이기심만 길러서 공중도덕은 물론이요, 부모나 어른을 모르는 자식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흰 종이에 그리는 그림과 같아서 부모가 하는 대로 색갈이 달라진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천진난만한 어린 새싹이다. 부모가 가르치는 대로 습관이 들고 인생을 배운다.

우선 어머니나 아버지가 같은 가치관(價値觀)과 교육관(敎育觀)을 가져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의견이 다르고 가치관이 틀리면 아이들은 혼란을 갖게 된다. 어느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자녀를 엄하게 가르치는 것은 아버지의 자비(慈悲)이며, 자녀가 아버지의 엄격함을 오해하지 않도록 깨우쳐 주는 것이 어머니의 자비(慈悲)이다."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라고 옛날 우리 선조들은 어릴 때 아명(兒名)을 개똥이나 쇠똥이라고 일부러 험하게 불렀다. 집집마다 싸릿대나 버드나무 회초리가 있었다. 정훈(庭訓)이라고 해서 예부터 가정교육을 으뜸으로 치고 이를 통해서 예절의 붕괴를 막았다. 그러나 요즈음 부모들은 아이들을 과보호하고 애지중지 키우는 게 문제다.

한 말로 무의식적으로 버릇없게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확고한 교육관이 없고 信念이 없는 부모들이 버릇없는 아이들을 만들게 된다. 한 두 자녀 키우는데도 온갖 정성과 많은 투자를 하는데도 더러 고약한 자식을 보게 된다.

자녀교육만큼 힘든 것도 없다. 부모가 삶의 방향을 잘 잡아야 올바른 가정교육을 할 수가 있다. 우리 인생은 매순간이 교육이다. 부모가 우선 깨어 있어야 한다. 세상이 변해도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이 아닌 동물도 자식교육엔 유달리 신경을 쓴다고(?) 한다.
휘파람새는 상대의 노래 소리를 듣고 결혼조건을 따진다고 한다.
동물세계에서 노래는 짝 찍기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다. 재미있는 점은 노래하는 것은 늘 수컷이며 암컷은 가창력이 좋은 상대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컷의 소리가 우렁차야 암컷이 수컷에 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노래 레퍼토리가 다양해야 암컷을 잘 유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레퍼토리가 중요할까. 수컷어린이는 태어나자마자 둥지에서 아빠로부터 노래 부르기를 배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컷이 다 자라서 다양한 곡조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릴 때부터 노래 교육을 잘 받았고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고 벌레등 영양공급도 잘 받아 깃털도 더 길면서도 윤택하고 몸집도 크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도 부모의 따뜻한 관심이 자녀들을 반듯하고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은 사람과 달라서 학교교육은 없을 테니까 부모의 가정교육이나 본능적인 습성으로 일생을 살아갈 것이다.

우스운 것은 노래가 신통찮은 수컷 휘파람새는 암컷들에게 어릴 때 가정교육이 미진하고 영양도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암컷들에게 기피인물 아니 기피(忌避)하는 새가 된다는 것이다. 가정교육(?)이 신통찮은 새는 짝짓기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아서 고독하고 불편하게 일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암컷은 수컷의 노래를 유심히 감상하면서 앞으로 식구들 먹이는 잘 장만 할 수 있을지, 천적을 만나도 가족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휘파람새는 시시한 사람보다 영리한지도 모른다. 노래 소리를 듣고 여러 가지 결혼조건을 판단한다고 하니...허어 참!

새도 이런데 하물며 동물의 영장(靈長)인 사람은 어린 자식들에게 각별하면서도 올바른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오늘은 사람과 새의 가정교육을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