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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5-11-09 06:16
조회 :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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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픔 어찌 모르리
박 영 보
“비만 오지 않았던들”
“개들이 짖어댈 때 바로 나와 볼 걸”
“하루만 더 일찍 가져다 줬어도~”
나는 안다. 너의 이러한 한마디씩의 탄식들이 뜻하고 있는 너의 마음들을.
동녘 하늘. 먼동이 트기 시작하자 무리들이 현관문 앞으로 몰려와 삐약거린다.
배가 고프니 어서 나와 맘마를 달라는 것이다.
형님은 이런 꼬마 녀석들이 귀엽다며 서둘러 나가 모이를 주곤 한다. 모이를 손바닥 위에 펼쳐 놓고 있으면 다가와 콕콕 찍어대기도 하는 녀석들에게 “배가 고팠어?” 라든가 “많이 먹고 빨리 자라라”라며 검지 손가락으로 턱을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이곳에 온지 이틀째에 접어든 우리 형제들 중 이들의 모이 담당은 형님의 몪이 되어있었다.
박영태. 칠순을 넘긴 내 바로 밑의 동생이다. 하와이에서 삼십년 넘게 살다가 이곳 보령 땅에 와서 귀농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귀농이라고는 하지만 농사일에 많은 경험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꽃이나 야채 같은 식물을 가꾸는데 유달리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귀농을 결심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크게 시작을 하는 것도 무리가 될 것이라며 우선 경험을 쌓고 감을 잡기위해 주거를 할 수있는 주택이 있는 삼백여 평의 땅에 몇 가지 종류의 작물을 시험재배를 시작한 것이 삼년 째에 접어들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더니 이 동네에서 몇 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웃들보다도 내가심은 배추며 무, 들깨, 참깨, 호박고구마 등 모두가 다른 사람들 것보다 훨씬 잘됐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농사꾼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취미로 이른 봄 병아리 몇 마리를 사다가 기르기 시작한 것이 한 마리의 실패도 없이 잘 자라 알도 낳고 품기도 하여 두 번째 배인 이번엔 아홉 마리의 병아리들이 잘도 자라고 있었다. 첫배 때도 아무 실수 없이 자라 닭을 기르고 싶어 하는 이웃에게 어미닭과 함께 모두 주기도 했고 이번에도 다른 한 가정에 어미닭과 함께 주기로 돼 있었다. 그날 비만 오지 않았더라도 어미닭과 병아리들을 가져다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 이런 변을 당할 줄을 생각이나 했을까.
형님은 이날 아침에도 현관문 앞에 와서 삐약거리는 아이들에게 모이를 주기 위해 나가 봤더니 어미닭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어미가 함께 와서 꾹꾹거리며 병아리들이 먹을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 주던 어미가 어디에 갔단 말인가.
구구구구~ 소리를 높여 불러봐도 아무 소식이 없다. 닭장 속, 풀숲 사이, 평소에 갈만한 곳 모두를 살펴봐도 흔적조차도 없다. 무슨 변이 일어난 것이 확실한 것 같다.
들고양이 짓일까. 너구리의 짓일까. 아니면 부엉이의 소행일까. 범인이 고양이였다면 고양이의 체격이나 닭의 크기로 보아 질질 끌고 가야 했을 터인데 그렇게 되면 무언가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고 부엉이라면 뽑힌 닭털이 흩어져 있을 것이니 아무래도 너구리 짓일 것 같다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봤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당에서 누구의 소행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미닭이 없어졌다는 사실. 어린 병아리들만이 남게 되었다는 사실 앞에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광경을 바라다보고만 있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누구에겐가 물려가 갈갈이 찟긴 어미닭과 남아있는 병아리들이 불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동안 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해오던 친구를 잃게 된 동생이 더더욱 측은해 보인다.
어미닭이 사람들처럼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다면 물려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운명을 할 때 “눈감고 죽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 그 어미닭은 마직막 물려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남아 있는 아홉 마리의 어린 생명들? 때와 시간을 맞추어 먹이를 챙겨주던 주인아저씨? 매번 다정다감하게 손바닥 위에 먹이를 펼쳐들고 다소곳한 대화를 하던 형님 생각?
어두어지자 손전등을 켜 들고 닭장에 들어가 어린 병아리 아홉 마리를 종이 상자에 담으며
“비만 오지 않았던들”, “개들이 짖어댈 때 바로 나와 볼 걸”, “하루만 더 일찍 가져다 줬어도 어미닭과 함께 갈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아쉬움을 달래지 못하고 있는 동생의 등 뒤에서 해줘야 할 마땅한 이야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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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5-11-21 1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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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우리 인생의 숱한 회한을 압축하여 한 장면으로 보는 듯합니다.
저도 농사에 손을 댄 지 벌써 4년이 되었건만 무엇 하나 만만한 일이 없더군요.
비극임에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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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5-11-22 18: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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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린 병아리들이 어미닭이 없이 성장기를 보내야 한다니
애달다 어이하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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