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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도립공원 (八公山 道立公園) 산행기(1)
대구는 팔공산이 북쪽에서 1,000m 이상의 산들을 거느리고 동으로 길게, 남쪽으로는 철쭉꽃으로 유명한 비슬산(琵瑟山, 1083m)이 많은 군소산을 거느리고 , 동쪽 또한 산지(山地)로 이 모두가 대구 분지를 둘러 싸고 있는데, 오직 서쪽만이 앞이 탁 트여서 낙동강까지 평야로 이어지는 지형이 대구 분지(盆地)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습기를 머금은 남동 계절풍이 산에 막혀서 대구 분지에 들어오지 못하여 전국에서 가장 더운 날씨를 만들고, 겨울이면 대륙에서 불어 오는 찬 북서 계절풍이 막힘 없는 서쪽을 통하여 불어와서 다른 고장보다 추운 대륙적인 기후를 형성하고 있다. 대구의 봄과 가을이 짭은 것이 그래서였다.
동대구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와 대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기사의 말이 이러하다.
"대구에는 다른 고장 같이 이렇다 할 관광지나 명승지가 없어요. 바다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대구시민에게는 오직 팔공산이 유일한 관광지인 셈이지요.
그 팔공산(八公山)은 크게 세 지구로 나뉜다.
파계사(把溪寺) 지구, 동화사(桐華寺) 지구, 갓바위(冠峰) 지구가 그것이다.
나는 2006년에 파계사(把溪寺)로갔다가 춘설에 막혀서 수태골로 동봉(東峰)을 다녀 왔고, 오늘은 동화사로 해서 동봉(東峰)을 오르고 있다.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팔공산을 오르는 사람은 KTX 첫차를 타고 올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요금이 43,000으로 비싸다고 무궁화(경로 할인 14,000원) 첫차를 타고 왔더니 동대구역에서 급행 1번 버스를 타고 동화사에 부지런히 왔는데도 12시 경이라서 정상을 오고갈 시간이 못 되었다. 그래서 어제는 동화사를 보고, 잠자리를 찾아 동대구역 근처 허름한 모텔에 가서 1박하고 다시 동화사 집단시설에 와서 등산을 시작하다 보니 돈은 돈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했기에 하는 말이다.
나는 오늘 일정으로 가능하다면 동화사-1.2km-부도암-1.5km-염불암- 3.2km- 동봉-7.3km- 갓바위 로 종주할 계획이다.
지금은 새벽 6시 30분 내가 가는 동화사 코스로 오르는 이는 나 혼자여서 고즈넉하고 휘휘하다. 염불암까지는 산길도 아닌 포장된 콘크리트길인데도 벌써 숨이 이렇게 차니 동봉까지 3.7km를 어떻게 간다? 자꾸 자신이 없어진다.
생로(生老) 다음이 병사(病死)라 하여서
더 늦기 전 서둘러 팔공산(八公山)을 찾아왔더니
이렇게
절도 산도 좋은데
몸이 마음에 욕을 하네.
그래도 원기 왕성한 새벽 등산이라 동화사에서 1.1km 부도암(浮屠庵)에 이르렀다. 암자 이름치고는 특이하여 기대를 갖고 둘러 보니 입구에 부도 하나가 있을 뿐 예사 암자와 다름이 없다.
거기서 얼마를 더 오르니 개울 가에 이정표가 "염불암 1.1km/ 염불암(산길) 1.1km"로, 염불암을 차도로 갈 거냐, 산길로 갈거냐를 묻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멋없는 콩크리트 길에 짜증나던 차에 옳거니 하고 멋진 돌 짐검다리를 건너 산길로 들어섰다. 똑 같은 1.1km가 아닌가 하고.
거기서부터는 우측에 동화천(桐華川) 개울을 끼고 낙옆 덮인 길이 계속 되었다. 그 길에는 돌층계도 있고, 오솔길도 있는데 길이 외길이 아니고 다른 길과 합류되는 그런 길이었다. 아마도 수태골 등산로와 합류되는 길 같다.
그런데 이정표의 1.1km를 지난 것 같은데 한참을 가도 염불암이 안 보인다. 염불암을 지나친 것 같다. 조금 전 잘 생긴 징검다리 돌길로 계곡을 건너야 하는 건데 거기에 이정표가 없어서 그냥 산길을 탄 것이다. 저 봐라' 이정표에 '케이블카 0.2km"라 쓰여있지 않은가.
비로소 능선을 만났더니 몸을 가누기 힘든 강풍이 불어오는데 왼쪽 저 멀리 봉우리 위에 커다란 건물이 서 있다. 그 봉이 케이블카 봉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비로서 몇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가고 있다. 저 케이블카를 동화사 근처에서 타고 올라 0.5km를 능선으로 내려오면 그대로 동봉 가는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길이었다.
그 능선부터는 우측으로 멋진 층계가 시작되었다. 동봉은 1.8km 거리였다.
그 층계 따라 1km 거리에 낙타봉(駱駝峰)과 멋진 전망대가 있다.
낙타봉에서부터는 팔공산의 전경이 갈수록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곳이다.
저 멀리 비로봉 주위에 세워 있는 멋진 방송 중계탑도 보이고 그 왼쪽 서봉에서 파계봉으로 이어지는 톱날 능선도 보이기 시작한다. 동쪽으로는 내가 지나쳐 온 염불암(念佛庵)이 굽어 보인다.
산에서 굽어보는 절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자연과 어울린 인공이 정적의 세계를 연출하고 살아있는 동양화의 한폭이 내려 않은 것 같다.
드디어 동봉 층계 앞에 이르렀다.
여기서 0.4km의 거리에 팔공산 제3봉인 서봉(西峰)이 있고, 군부대 켐퍼스에 있다는 비로봉은 0.4km에, 동봉은 0.3km 지점에 있다.
거기서 나는 남들 따라 직접 동봉(東峰)을 오르지 않고 왼쪽에 있는 넓은 터에 갔더니 지도에서 보던 커다란 마애불상이 서쪽을 향하여 우람하게 서 있다. 6m 높이의 거대한 '동봉석조약사여래보살'(東峰石造藥師如來菩薩, 대구 유형문화재 20호)이었다. 팔공산은 오대산이나 덕숭산[수덕산] 같이 불교 성지에 해당하는 산 같다. 그 중 약사여래의가 많은 산 같다.
대구에 산다는 부인들이 커피 한 잔 하자고 백발의 나를 부른다. 커피는 가지고 다닌다고 했더니 예쁘게 핑잔을 하면서-. 나는 산상의 끽다를 하며 부인들에게 중요한 정보르 얻었다.
가 볼 수 없다고 체념하였던 비로봉이 개방되었다는 정보였다.
*. 팔봉산 비로봉
대구 인근 100리 안에서는 가장 높다는 봉이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1192m)이다.
이 비로봉 주변에 1960년대 중반 방송 중계탑과 군부대 시설이 들어서면서 비로봉 정상부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해 놓고 그동안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여 왔다.
이에 맞서 대구 시민들의 지속적인 개방 요구에 의하여 2009년 11월 1일에 출입금지된 지 45년만에 팔공산 비로봉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데 이를 내가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동봉(東峰, 1,155 m)이 그 정상의 역할을 대신하여 왔는데 비로봉이 개방되었다니 어찌 팔공산을 찾아 1,000리 길을 달려온 내가 안 올라 갈 수 있을까. 0.4km에 있다는 비로봉을 향한다.
내가 아는 비로봉으로는 오대산 비로봉(毘盧峰, 1,563m), 금강산 비로봉(毘盧峰, 1,639m), 묘향산 비로봉(毘盧峰, 1,909m), 소백산 비로봉(毘盧峰, 1,440m) 등이 이는데, 치악산 비로봉(飛蘆峰, 1288m)은 한자가 달라 여기에서 빠진다.
'비로(毘盧)'는 불교의 부처인 '비로자나'의 줄인 말이다.
비로자나(毘盧자那)는 몸의 빛과 지혜의 빛이 법계(法界)에 고루 비치어 가득하다는 뜻으로 부처의 진신(眞身)을 일컫는 말이다. 종파에 따라서 진언종(眞言宗)에서는 대일여래(大日如來), 화엄종(華嚴宗)에서는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천태종(天台宗)과 법상종(法相宗)에서는 법신불(法神佛) 등으로 달리 일컫지만 모두 석가모니 부처를 말한다.
그래서 비로자나는 항상 높은 곳에 거(居)하는 부처라서 불교에서는 '높다'는 뜻으로 산의 정상을 뜻하는 고유명사화하였던 것 같다.
팔공산 비로봉은 '동봉석조약사여래보살'에서 0.4km 거리로 이름값을 하려는지 내려갔다 오르는 힘든 발품을 팔게 한다. 비로봉 가는 길에 '팔공산 제천단'이라는 비석이 이 비로봉을 설명하고 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봉은 옛날 조상들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지내던 성지이다.
조상들의 얼이 담겨 있는 제천단을 자손만대 길이 보존하기 위해 표석을 세웠다.
그런데 애써 가본 팔공산 비로봉은 달구벌의 우람한 기상도 없이 초라하고 추레한 것이 마치 돈없이 늙어 구석방에서 셋방살이 하는 신세를 보는 듯 처량한 모습이다. 대구 시민에게, 대구 등산인들께 묻고 싶다. 주위는 군사시설도 아닌 방송 중계탑 시설인데 이리 방치해도 되는가를. 금수강산 대한민국 어느 산을 가봐도 정상이 이렇게 푸대접 받는 곳을 보았느냐고. 이렇게 방치할 바에는 무엇하려 되찾았냐고, 되찾은 지 16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팔공산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동봉에서 시작하는 염불봉, 신령재, 갓바위까지의 왼쪽의 날개 같은 능선과, 오른쪽으로 서봉에서 시작되는 톱날능선으로 해서 파계봉, 파계재로 이어지는 능선의 오른쪽 날개를 쫙 펴고 있는 거대한 봉황 같다.
나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팔공산 최고봉 비로봉에 서서 호연지기로 외치고 싶다.
'한국의 산하여! 저는 Korea의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다 보니 한국의 그 아름다움이 산에 있음을 일찌기 발견하고 전국으로 국립공원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국립공원 산행기'를 출간하였습니다. 이제 팔순을 맞아 '한국 도립공원 산행기'를 쓰려고 전국을 헤메다가 몸이 마음을 부리는 나이에 어쩌면 산행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팔공산에 왔습니다. 이런 한국산하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글로 좋은 책을 엮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도와 주소서!
*. 동봉 이야기
목표하던 동봉에 오르니 2시가 넘었다. 동봉은 돌산이라서 사방에 잡목이 가리지 못하게 탁 트여 있어 단체가 올라와도 쉴만한 넉넉한 넓이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 전망이 일품이다.
정상석에 기념사진을 찍으면 이정표가 나오도록 된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만약 비로봉보다 동봉에 먼저 올랐다면 비로봉으로 해서 서봉까지 갈 수 있는데 서봉은 비로봉으로 대신한 셈이 되고 말았다.
올 때 계획하였던 갓바위까지의 종주는 생략해야겠다. 준족이라도 가기 힘든 바윗길 7.3km의 능선을 욕심 낸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 밤차로 상경하기 위해 차표를 예매해 놓지 않았는가. 염불봉과 염불암은 지나치느라고 들르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갓바위쪽으로 하산하다 보니 바위 하나하나가 수석 같이 아름답다.
이러다가 갓바위 코스로 쭉 빠지는가 염려하다가 보니 염불사 가는 이정표가 '염불암 0.9km'를 하산 방향으로 가리키고 있다.
지금은 3시30분경 비로소 준비해온 도시락을 바위 꿑에 펼쳐 놓고 식사를 하다 보니 까마귀가 까옥 까올 울고 있다. 놈도 시장하였던지 등산객이 식사 끝마치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너도 먹어라 하고 김밥 고기 등을 정성껏 놓고 염불사를 향한다. 다람쥐 아니면 까마귀가 포식하겠지- 하면서.
*. 염불암 이야기
염불암은 팔공산 동화사이 부속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암자로 그 창건 역사는 신라 경순왕 2년인 928년으로 거슬러 올라 가는 고찰이다. 내가 찾았을 때는 브르도자를 쓰는 큰 공사 중이었다.
층계를 오르니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는 극락전(極樂殿) 앞 마당에 유리상자 안에 보관된 특이한 탑이 보인다. 청석탑(靑石塔, 대구 유형문화제 제 19호)이었다.
청석이란 벼루를 만들던 흑색 심판암으로 만든
탑으로 몸돌은 없어지고 10층이 지붕돌인 옥개석(屋蓋石)만 포개진 채로 남아 있는 탑이다.
이보다 더 특이한 것은 극락전(極樂殿) 우측에 입체삼각형 바위다.
그 양면에 고려시대 것으로 보이는 '마애불좌상과 보살좌상'(磨崖佛坐像과 菩薩坐像, 대구무형문화제 제14호)이
었다. 이에 대하여서는 신비로운 전설이 전하여 온다.
옛날 옛적 이 암자에서 수도하고 있던 한 스님이 이 바위에 불상을 새길 것을 부처님께 발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암자 주변에 신비한 안개가 끼이기 시작하더니 7일 동안이나 걷히지 않았다. 스님은 더욱 신심을 내어 발원하였고 7일째 되는 날에 드디어 안개가 걷혔다. 스님이 법당문을 열고 나서 보니 바위에 자신이 발원했던 불상 둘이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스님은 이 일을 문수보살(文殊菩薩)이 했다고 믿었다. 그 후로 이상하게도 염불소리가 바위에서 들려와서 암자 이름도 염불암이라 하게 되었다.
-'문화공간 팔공산과 대구'( 정우락 편)
산속의 하루 해는 일찍 저무는가.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더니 동화사 가까이 오니 준비해 간 후라쉬를 켜야 했다. 원래 아팠던 왼쪽 퍽퍽한 다리를 끌고 염불암서 동화사 집단시설지구까지 2.2km의 세멘트 길을 걷는 것은 고행과 같은 무리였다. 이럴 때 왼쪽 동화천 계곡의 계곡물소리라도 들으면서 하산했으면 작히나 좋으랴, 계곡물 소리를 앗아간 금년의 긴 가뭄이 원망스럽다.
-다음회 ' 팔공산 도립공원 한행기(2)/ 동화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