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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5-10-31 05:29
조회 :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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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값
박 영 보
‘동안’ 이라는 말을 들어온 적도 많았다. 삼십대 중반 이후에도 나이 꽤나 들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학생”이라는 호칭으로 길을 물어오기도 했던 일도 많았다. 지금도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런 말을 자주 들으니 나 자신도 당연 그런 줄로만 알고 지내온 세월이 얼마나 되었을까. 겉 생김새는 추물로 생겨난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내가 봐도 얼굴엔 아직 탄력이 남아있지 않은가.
오랜만에 찾아온 서울.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 기온은 내려가 있지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상쾌하다. 누님과 함께 오른 전철. 옛날의 콩나물시루처럼 초만원은 아니었지만 사람과 사람의 몸이 맞닿아야 할 만큼의 승객들로 가득했다. 출입구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경로석 주변에 약간의 공간이 있어 그쪽으로 다가가 서게 되었다. 마침 경로석에 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상황에서도 경로석의 빈자리가 그대로 비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달라져 가는 우리나라의 시민들의 질서의식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빈자리 하나가 있다고 하여 덥석 주저앉을만한 배포를 가진 누님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나는 누님이게 앉으라고 권했다.
이게 실수였을까. 그 빈자리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어르신 한분에 벌떡 일어서며 나에게 까지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가. 그분에게 내 자리까지 양보하게 만든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 나는 펄쩍 뛰는 자세로 손사래를 하며 사양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분은 “저는 곧 내려야 해요”라며 나를 끝내 자리에 앉게 하신다. 금방 내린다던 그분은 다섯 정거장 이상을 더 지나고 나서야 내렸다. 더더욱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분이 내리신 다음 누님은 귓속말로 “야, 저분이 너보다 나이가 더 많을 것 같다”며 웃는다. 나 자신도 누님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하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입을 가리고 웃어야 했다. 그분은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을 다녀 오는듯한 차림새였다. 친구분들과 서로 반말로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같은 연배인 것 같았다. 대부분의 다른 친구 분들의 겉모습으로 보아 연령층이 나보다는 적어도 오년 이상은 더 돼 보이는 분들도 많았다. 나에게 자리양보를 해주신 분은 그중에서도 ‘동안’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머리 색깔은 염색을 하신 것 같고. 그렇다면 나는 나의 흰 머리 덕으로 나보다 연장자이신 분으로부터 자리양보를 받은 셈이 아닌가.
거울 앞에 서보면 눈두덩 아래쪽이나 턱과 목 주변에 나이를 나타내는 흔적들이 눈에 뜨이기도 한다. 오래 전부터 이 새하얀 머리 색깔을 지니고 오면서도 마음가짐이나 언행에서 젊은 척, 어린 척 살아왔지만 이게 다 추태를 부리고 온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보다 훨씬 연장자로부터 자리양보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그것도 경로석에서.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조국에서 생긴 또 하나의 고민거리.
이 하얀 머리의 색깔. 염색을 해야 할까. 아니면 이 하야 색깔로 늙은이 행세를 해가며 남으로부터 양보를 받아가며 편안한 말년을 지켜 나간다? 이 새파란 청춘이 ‘말년’을 운운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조국 땅에 와서 보다 더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010-2358-3185 <또는> 070-4498-0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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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5-10-31 1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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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는 머리가 백발이면 거의가 늙었다고 생각하죠!
서양은 검은 머리가 없으니 백발보다는 피부로 노소를 가리지만
한국사회에서는 백발이면 대부분 노인 취급을 하는 것이 항다반사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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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5-11-01 0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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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같은 것도 부지런한 분들이나 하는 자기 관리 방법일 것 같더군요.
저의 머리 자라는 속도로는 적어도 2~3일에 한번은 염색 약을 만져야 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흰색을 간직해가며 경로석 주변에서 서성거리다가 저보다도 훨씬 연장자이신
분들로부터 자리 양보를 유도해 내며 불편을 드리는 것이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나이 값은 해야 할 터인데 걱정입니다.
오랫만입니다. 모두들 안녕하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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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5-11-02 15: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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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우선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국에 오셔서 벌써 작품 1편 뚝딱 엮으셨네요.
대단하셔요. ^^*
뜻밖에 한 번도 뵙지 못한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가슴 설렜습니다.ㅎ
이번 문학기행에서 뵐 수 있는지요?
백발의 동안이신 선생님 만나뵈었으면 좋겠네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대로 노인 대접 받으시며
사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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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5-11-03 0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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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에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문학기행이기도 하지만 회원님들 모두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데......
그렇지만 저는 그 시간대에 충남 보령 웅천에서 귀농 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집에 가 있게 됩니다. 하와이에서 33년간 살다가 모든 것을 접고 한국에 돌아온지 2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한 두 달에 한번씩 경인지방에 흩어져 살고 있는 형제 자매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저는 현재 대전에 와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전주로 가서 1박 후 웅천의 동생집에서 며칠 머물다가 서울 논현동의 누님댁으로 갑니다.
11월 11일에 LA로 돌아가게 됩니다.
뵙지 못하고 떠나게 될 것 같아 애쉬움이 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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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5-11-03 2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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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머리가 흰 분들이 부럽습니다.
제 나이가 되면 대부분 반백은 되는데 저는 아직도 새치 수준이라
처음 가는 모임에서는 으레 나이값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게 싫지 않은 것은 나이값이 두렵고 자신 없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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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5-11-04 16: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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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흰색을 간직하려거나 무슨 값 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게으른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냥 <생긴대로 살자>는 식의 일종의 포기라고나 할까요.
이로 인해 자잘한 문제가 생길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어쩔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살렵니다.
오랫만입니다.
건강하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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