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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7-10-11 04:21
조회 :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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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같은 겨울
임재문
가로수 은행잎이 아직도 푸른데, 아내는 아파트 베란다 화분들을 거실로 들이자고 한다.
언제 추위가 들이닥쳐 애지중지 키워온 화분들의 생명을 앗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곳 춘천의 겨울은 도둑같이 온다.
기다리던 봄은 지지리도 더디 왔다가 살짝 도망가 버리더니만, 기다리지 않는 겨울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안방, 건넌방 다 차지하고 물러갈 줄도 모른다.
아내여 ! 서둘러서 화분들을 거실로 들이고 텃밭에 심은 고구마도 캐어 들이자.
들판에 황금물결로 일렁이던 벼이삭들은 벌써 농부들의 손으로 거두어지고, 겨울은 이제 밤손님으로 찾아와 우리들 문전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매섭게 불어오는 겨울바람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고운 자태를 뽐내기도 전에 벌거숭이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모든 것들이 갑자기 떠난듯한 허허로움이 우리들 가슴팍을 파고들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제아무리 겨울이 도둑같이 온다고 할지라도 자연은 불평하거나 노하지 않고 잘도 견디어 내며,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질서와 조화 속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허둥대는 쪽은 인간들이다.
인간의 손길에 의해서 가꾸어진 것들이 피해를 당하고, 사람들은 조금만 추워도 춥다 하며 불평을 늘어놓기가 일쑤다.
작년 이맘때다.
들판의 벼들은 다 거두어 들였는데, 유별나게 한 곳의 벼들이 베어진 채 묶이지도 않고 논바닥에 방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추적추적 내리는 빗물에 젖어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위 사람들에게 그 연유를 물으니 벼의 주인이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서른아홉 살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을 잃은 벼가 그렇게 빗물에 젖어 흐느끼듯 누워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인생이 허무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벼를 베었으면 거두고나 갈 것이지 죽음도 춘천의 겨울처럼 그렇게 도둑같이 찾아오는 것일까?
그렇다. 사람들은 눈앞에 다가오는 겨울을 위하여 월동준비를 서두르면서도 언제 우리에게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은 까맣게 잊고 산다.
아니 영원히 잊으려고 한다.
천만년이라도 살 것처럼 아옹다옹 살아가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눈앞에 다가오는 겨울보다도, 도둑같이 찾아오는 죽음을 위해서 서두르고 예비해야만 한다.
언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실지라도 떳떳하게 내 모습 그대로 나아갈 수 있을 때까지.
1993년 춘천에서
필자주
최근 제가 아는 지인 한 분이 노총각이던 아들 결혼식을 하루 남겨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가시는 것을 보고 갑자기 제가 쓴 글이 떠올라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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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7-10-11 06: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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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생명들이 교통사고로 스러져가는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지요.
저도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그곳은 남녘과는 달리 봄과 가을이 아주 짧더군요.
도둑고양이처럼 왔다가 이내 사라져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양강, 빼찌고개, 화천댐 단일로, 샘밭등의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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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10-12 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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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도소에서는 당직계장시절에 4년을 아주 재미있게 보냈고요. 출정과장시절에 3년을 잘 보냈습니다. 당직계장 시절에는 야근을 했는데, 호피석에 거의 미치다시피해서 북한강상류 신동뱃터 가평 그리고 가평노루목을 야근하고 비번날 거의 빠지지 않고 다녔지요. 봉의수석회라는 직원 모임도 창설해서 제가 고문을 지냈고요. 수석 전시회도 여러번 가졌습니다. 그당시 월간수석 수석문화에 제 글을 많이 실었지요.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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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7-10-15 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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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쉽고, 재미 있고, 글 내용 속에는 따뜻한 지은이의 마음이 서려 있네요. 오래 오래 건강히 사시면서 좋은 글 읽도록 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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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7-10-15 1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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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이야 말로 많은 자료창고이십니다. 수많은 자료들로 이루어진 수필한 편이 더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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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7-12-27 17: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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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기다리던 봄은 지지리도 더디 왔다가 살짝 도망가 버리더니만, 기다리지 않는 겨울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안방, 건넌방 다 차지하고 물러갈 줄도 모른다. " 라는 내용이 참 좋습니다.
죽음도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겠고 서서히 찾아오기도 하겠지요.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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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8-01-12 2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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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 고향인 전남 해남 따뜻한 남쪽나라에서만 살아가다가 춘천은 너무나 추웠습니다. 양쪽 귀에 동상이 올 정도 추위였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안춥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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