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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8-03-09 06:51
조회 :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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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선물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오늘자 인터넷 뉴스 메인 화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씨 경매소식이 떴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2002년 4월에 쓴 것으로 ‘사람사는 세상'이란 글씨이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인만큼 직함도 없이 그냥 ’노무현‘이라고 써 있는 것인데 무려 1600만원에 낙찰이 되었단다. 평소에 그를 존경한 사람이거나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산 것이겠지만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은 거액임이 분명하다.
나는 노무현대통령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무겁고 애잔하다. 무슨 남다른 인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동갑내기인 까닭이다. 태어난 날짜도 나보다 불과 보름이 빨라서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그런지라 한을 안고 세상을 등진 2009년 5월 13일, 그날은 몹시 견디기 어려웠다. 당시 나이가 60세였는데, 내가 이렇게 정정한데 너무나 빨리 갔다는 생각에 세상이 온통 허무해졌다.
해방이듬해 태어난 병술생 개띠는 일제의 암울한 그늘을 온전히 벗어난 사람들이다. 해방을 맞은 해 어머니 뱃속에 잉태하여 새나라를 만들려는 기운이 창성할 때에 태어났다. 그런만큼 명실상부 온전한 해방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근 7,8년간에 걸쳐 베이비붐을 일으키고 넉넉한 인적자원이 확충되었다. 이 연배가 경제부흥기를 거치면서 나라를 떠받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태어난 사람들은 굶주림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보내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피폐해진 경제에다 아직은 나라를 일으킬 자본이 없어서 그야말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형과 누나들은 파견광부와 간호사로 송출되고, 중동건설현장에 나갔으며 월남전에 참전하여 외화를 벌어드렸다. 그리고 몇 살 아래의 누이들은 봉제공장과 가발공장에 나가 가정경제를 떠받쳤다.
그런 형편에 얼마나 여유가 있었겠는가. 대학진학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여부를 떠나 포기하기 일쑤고, 진학은 학업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형편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나만해도 특대생으로 뽑히고 나서도 공부를 할 수가 없었으니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피나는 면학으로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을 하였으니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 날짜 신문을 잊지 못한다. 합격자 15,6명중에 고졸자는 오직 그 한사람이어서 눈여겨보던 것을 잊을 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날은 방송에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그 시각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언론사에 근무하는 아들로부터였다. 전해주는 당선가능 예측 소식에 자신의 일처럼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동년배가, 그것도 가방끈이 짧은 나같은 밑바닥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다니. 대리만족을 넘어 성취감에 덩달아 흥분했다.
‘사람사는 세상’을 외쳐온 그가 이제는 정말 상식이 바로 서고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갔는지 균형외교는 이룩하지 못하고 자주국방의 상징인 전작권도 회수하지 못했다,
장성들을 불러놓고 "나 장군이요 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호통을 쳤지만 그들의 꿈적도 않는 태도에 손을 들고,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개혁을 추진했지만 곧바로 반발에 부딪쳤다. 그러나 결기와 시도는 신선한 것이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하여 본인 스스로는 결단코 부정비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변관리를 잘못했을 수는 있지만 적어도 부정한 돈에 유혹되지는 않았으리라 굳게 믿는다. 그것은 바로 그가 주창한 ‘사람사는 세상’과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카자흐스탄에서 의사면허를 받아 병원을 개업한 동생이 한국에 용무가 있어 잠시 입국을 했다. 일을 마치고 내 집서 3일을 머물다 떠났다. 나는 그때 동생의 손목에 시계를 하나 채워주었다.
내가 정년퇴임을 하면서 노무현대통령으로부터 근정훈장과 함께 하사받은 시계였다. 이 시계에는 대통령 이름은 명기되어 있지 않다. 대신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써 있는데, 전면에 대통령 문장이 새겨져 있어서 한눈에 대통령 기념시계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시계를 몇 번 차다가 서거이후에는 그대로 케이스에 넣어 보관해 왔었다. 보고 있으면 자꾸만 서거하던 아픔이 되살아나 차고 다닐 수가 없었다.
나는 동생에 말했다.
“늘 조국을 생각하고 한국을 알리는데도 신경써 주게”
그 말에 동생은 답했다.
“가서 자랑을 해야겠네요”
그렇게 시계도 함께 떠났다. 나는 생각해 본다. 동생은 이 시계 때문이라도 비운의 노무현대통령을 그 나라에 널리 알리지 않을까. 그러면서 동생의 팔목에 채워진 노무현대통령 시계의 홍보가치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본다. (2017)
2018. 한국수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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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8-03-09 0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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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선생님의 작품은 월호에서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두분 형제간의 우애와 조국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잘 들어나 있습니다.
작은 물건이라도 담겨 있는 의미가 사람을 감동하게 하나 봅니다.
감동입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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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8-03-09 0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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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발표하고 두분으로부터 문자를 받았습니다.
한분은 감성을 이야기 하고 한분은 글이 전하는 감동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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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8-03-09 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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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퇴직당시 받은 시계가 '대통령 노무현'입니다. 스마트폰에 시계 기능이 있어도 시간은 시계로 확인해야 편리하더군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통령의 시계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편칠 않습니다. 작가회 모임에서 얼굴 뵌지도 오래이군요.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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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8-03-09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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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16대 대톨형 노무현시계.
아우가 잘 차고 다니면서 그분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엊그제 전화가 왔는데 그곳 아스타나는 지금 영화 40도를 오르내린다고 하더군요.
나라는 크지만 살기는 여간 불편하지 않는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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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8-03-09 1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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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이, 고향, 학교, 그리고 같은 점이 있다면 더 애정이 쏠리는 것은 인지상정 인 듯 싶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훌륭한 대통령 중의 한 분이 아닌가! 하는 저 생각입니다.
정의로운 나라, 기본이 서는 나라, 자주 국방하는 나라를 염원했기에 말입니다.
퇴임 후에도 친환경 농법을 시도하고 농촌에 찾아오는 많은 국민들의 친구가 되었으니 생각할 수록 그리워지는 대통령이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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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8-03-09 1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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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시대를 맞아 곁으로는 정의로운체 했으나 사실은 그렇디도 못한 자들에 의해서 망신당하고 더 누추해진 꼴을 보지 않으려고 목숨을 끊었지요.
실패한 것도 많지만 나라를 바로 새우려는 충정은 앞으로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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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8-03-10 0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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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 어쩌면 그리도 저랑 퇴임도 그렇게 비슷하게 하셨는지요 ? 저도 노무현 대통령당시 정년퇴임을 하여 근정포장과 함께 시계를 선물받아 고이 간직하고 있는데, 제 팔목시계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이라고 이름을 친필로 쓴 것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안주고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저세상에 갈 때까지도 아마 고이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헨드폰 덕분에 시계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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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8-03-10 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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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는군요. 제가 정년퇴임 할때는 시게에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았지요.
한동안 차고 다니다가 사망소식을 듣고는 가슴이 아파 간직해 두었지요.
그러다가 동생이 잠시 다녀가게 되어 손목에 채워주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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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8-03-10 0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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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선물받으신 뜻깊은 시계를 아끼는 동생분에게 건네시는 형님의 마음이 와닿습니다
의미있는 물건인 만큼 타지에서도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시간만큼 정직한 삶을 살라는 형님의 마음까지도 전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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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8-03-10 07: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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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생님 반갑습니다.
의미있는 시계, 그 시계가 멀리 떨어진 나라이지만 그곳에서 은은한 향기로 고인의 인품이 알려지고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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