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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윤행원 |
날짜 : 11-06-24 05:47
조회 :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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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카라의 찻집’을 읽고.
그림도 예쁘고 책 사이즈도 아담한 수필집이다.
어머니 이정원 선생님이 글을 쓰고 아들 이준호 군이 그림을 채운 모자(母子)의 손발이 척척 맞는 예쁜 책이다. 그림마다 아버지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배여 있고, 글마다 남편에 대한 회한과 사랑이 스며있다.
특히 글을 읽다보면 옆에서 달콤하게 속삭이듯 정감 있는 글체가 특이하고 소담하다. 얼마 전에 만난 자리에서 부군을 먼 곳으로 보낸 후 나머지 삶은 종교에 더욱 몰입하고 문학에 오롯이 정진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고인이 된 남편에 대한 연민이 깊을수록 하소연도 많아진다. 부군이 돌아가신 후,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정의(情誼)로 마치 절에 들어간 사람처럼 스스로 머리를 잘라내는 결연함에 저어기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 자라난 회색 머리를 그대로 두면서 스스로 ‘하얀 머리의 여자’로 자처하는 깊은 속마음은 차라리 숭고하고 근엄하다. 앞으로 남아있는 삶은 남편에게 바치는 헌정(獻呈)처럼 살겠다는 정절(貞節)의 여인이다.
남편사후 한동안 너무나 큰 충격과 자책으로 힘들게 보낸다는 말을 듣고 한국수필의 文友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졸시(拙詩)로 엮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하여 보낸 적이 생각난다.
푸른 자존심(自尊心)은 비수(匕首)가 되어
시퍼런 강물로 흐르고
허허(虛虛) 창공에서 헤매는 연민(憐憫)은
슬픔이 되어 가슴에서 팽이를 친다
그대의 절망과 비통(悲痛)은
날마다 이슬이 되어 흥건한데
원앙처럼 다정했던 그 임이
하늘나라로 가시던 날
山川도 캄캄한 울음이었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추슬러도
세상은 어지러움으로 가득차고
아픈 추억은 혼란이 됩니다
양귀비 꽃 보다 붉은 마음은
백번을 다시 태어나도
오직 임의 주위에서 서성입니다
서늘한 고독을 깊숙이 심어두고
혼신(渾身)의 에너지로 다시 태어나
文學의 향기로 꽃을 피우소서.
-2009년2월 석계-
이정원 수필가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독자가 현지에서 직접 보는듯한 섬세한 서술과 생동하는 사실감을 느낀다. 도시의 설명은 생생하고 따뜻하다. 호기심과 情感이 넘친다. 그러다가 꽃 이야기로 넘어가면 숨은 가빠진다. 무궁무진 꽃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여인, 꽃처럼 순수한 여인, 과연 꽃 수필가다운 매력있는 글이란 걸 알게 된다.
지난번 저서 ‘喜 怒 哀 樂 그리고 靜’이 생각난다. 몇 개월 동안 서재에서 두문불출하면서 네 권을 미친 듯이 썼다고 한다. 만약 이정원 선생님이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그 많은 이야기와 열정을 어떻게 감당했을까를 생각하면 아뜩해 진다.
이정원 작가는 마음의 결이 섬세하고 여리다. 지나가는 말에 쉽게 상처를 받고 우울해 한다. 그리고 고통을 극복한 다음엔 상대를 용서로 빨리 매듭을 짓는다. 주위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예민함에 귀를 쫑긋하는 사람이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그래서 때로는 이 세상을 떠난 사람하고의 관계가 차라리 편안하다는 사람이다.
결국 수필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은밀한 내적인 속삭임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쏟아내어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카타르시스를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카라의 찻집은 잔잔하다. 저자의 각별한 속삭임과 달관한 관조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흐뭇한 마음으로 전달받게 된다. 이정원 선생님은 처음 대할 때는 까다롭고 어려워 보이는 작가다. 아무한테나 쉽게 접근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인간적인 품성(品性)을 인정받으면 한없이 소탈하고 환한 얼굴로 다가오는 정이 많은 여인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남다르다. 나름대로의 잣대와 각도가 있다.
지나간 언제든가. 한국수필가 동인들이 모인 자리에 트럼펫을 멋들어지게 불어 제키던 잘 생긴 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엔젤 트럼펫을 익숙하게 부는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는 어머니의 흐뭇함과 자랑스러움이... 간절한 기도와 함께 다가오는 6월의 뜨거운 오후다.
2011년6월 윤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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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1-06-26 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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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님이 더 감동을 받으신것 같습니다 ㅎㅎ
감성이 풍부하시니까 아무래도 그런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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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1-06-29 0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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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감사합니다.
좋은 책을 읽을 땐 精讀을 하게됩니다.
아름다운 책입니다.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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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7-05 2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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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행원 선생님, 이정원 선생님에 대한 소회와 작품에 대한 말씀에 깊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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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1-07-07 2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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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쓰는 작가를 보면 부럽고 존경을 하게됩니다.
김창식 선생님 글 또한 예사롭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文化藝術에 대한 評說을 보면 해박한 지식에다 종횡무진
一筆揮之로 휘두르는 글솜씨에 놀라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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