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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필의 격(格)과 좋은 수필의 조건
  글쓴이 : 임병식 날짜 : 05-05-06 17:52     조회 : 2481    
2. 수필의 격(格)과 좋은 수필의 조건


치옹 윤오영 선생은 수필 '양잠설'을 통하여 수필의 단계별 격(格)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보여준바 있다. 말하자면 바둑이나 장기에도 급이 있고 단이 있는데, 하물며 글 쓰기가 수준의 구분이 없을 수가 없다는 말일 것이다. 선생은 누에가 단계별로 잠을 자면서 마침내 생산되는 고치가 특등,1등, 2등,3등 등외품으로 구분되듯이 사례를 들어 수필의 성숙도를 예시해 놓고 있다. 그러면서 선생은 말하기를, 누구나 한때는 문학소년기를 거치면서 왕성한 독서열을 보이는데, 이때에 좋은 글을 쓰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회의에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누에가 최면기에 들어 허물을 벗듯이, 한 단계씩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시문을 보자. '그러다가 쇠약기로 접어들어 반항과 고민과 기벽을 부리게 되는데, 이때 요사(夭死)한 천재도 생기게 되며 다시 글을 탐독하며 2령에 접어든다. 이렇게 몇 차례 고비를 거듭하는 속에서 탈피를 하여 마침내 누에가 고치를 짖고 들어앉듯' 한 작가가 태어나게 된단다. 그러면서 그의 작품이 정도에 따라 1등품, 3등품으로 후세에 평가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즉,
"그 사람 재주는 비상한데 밑천이 없어서" 이때는 뽕잎(독서)을 덜먹었다는 말이며,

"그 사람 아는 것은 많은데 재주가 모자라"
하면, 이는 잠을 덜 잤다(사색의 부족과 비판정신 부족)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읽기는 많이 읽었는데 어딘가 부족해"
이는 뽕을 한번만 먹었다(독서기가 일회에 그침)는 말이고,
"학식과 재질이 다 충분한데 그릇이 작아"
하는 말을 들으면 4령기 까지 다 가지 못했다는 말이란다.
"그 사람 아직 글 때를 못 벗은 것 같애"
5령기를 못 채웠다는 말이고,

"그 사람 참 꾸준한 노력이야. 대 원로지. 그런데 별수 없을 것 같다"
하면 집 못 짓는 쭈그렁 밤송이 라는 것이다.
한편, "그 사람이야 대가지. 훌륭한 문장인데 경지가 높지 못해"
하면 일가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양잠가에게 문장론(文章論)을 배웠다고 쓰면서 예시적으로 적시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고치를 짓기 위한 수필의 조건은 무엇일까? 간략하게 수필가 이정림 선생이 정리한 것을 여기 소개한다.

첫째 주제가 있는 글일 것
누구나 글을 쓸 때는 쓰고자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주제라 한다면 그게 잘 나타나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냥 소재의 나열은 잡문이며 그것을 의미화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점은 나중에 상세히 언급할 예정)

둘째 문장이 정확하고 꾸밈이 없을 것
유치한 독자일수록 미문을 선호하며, 이는 소녀적 문장이라는 것이다. 문장은 소박하면서 정확하고 솔직 담백하게 써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소재를 보는 시각이 신선할 것
소재는 얼마든지 생활주변에 널려있는데, 이중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소재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작가정신이 들어있는 글을 것
흔히 체험의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간접체험(독서등)으로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어야하며 이는 깨어있을 때만이 가능하고, 그런 한편으로 늘 자기도취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기숙   04-11-30 00:00
</a> 선생님의 특강 잘 들었습니다. 주제가 있는 글일 것... 문장이 정확하고 꾸밈이 없을 것... 소재를 보는 시각이 신선할 것... 작가정신이 들어있는 글을 것... 명심 하겠습니다.<br>        -[05/25-20:11]<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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