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정지용

꾀꼬리도 사투리를 쓰는 것이온지 강진꼴 꾀꼬리 소리는 소리가 다른 듯하외다. 경도 꾀꼬리는 이른 봄 매화 필 무렵에 거진 전찻길 옆에 까지 내려와 울던 것인데 약간 수리목이 셔 가지고 아담하게 굴리던 것이요, 서울 문 밖 꾀꼬리는 아까시아 꽃 성히 피는 철 이른 여름에 잠깐 듣고 마는 것이나 이곳 꾀꼬리는 늦은 봄부터 여름이 다 가도록 운다하는데 한놈이 여러가지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마루 장독대 뒤 큰 둥그나무가 된 평나무 세 그루에서 하루 종일 울고 아침 햇살이 마악 퍼질 무렵에는 소란스럽게 꾀꼬리 저자를 서는 것입니다.

꾀꼬리 보학에 통하지 못하였고 나의 발음기관이 에보나이트관이 아닌 바에야 이 소리를 어떻게 정확하게 기록하여 보내드리리까?

이골 태생 명창 함동정월의 가야금병창 <상사가> 구절에서 간혹 이곳 꾀꼬리의 사투리 같은 구절이 섞이어 들리는가 하옵니다. 그도 그럴사하게 들으니 그렇게 들리는 것이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꾀꼬리도 망녕의 소리도 발하기도 하는 것이니 쭉쭉 찢는 듯이 개액객거리는 것은 저것은 표독한 처녀의 질투에서 나오는 발악에 가깝기도 합니다.

정지용 <鄭芝溶 ,1902-?>

1929년 대학 졸업이후 모교인 휘문고보에서 영어교사로 16 년간 재직하면서 '유리창' 등의 시를 발표했고 1930년 <시문학>동인으로 참가 시단의 중요한 위치에 서게되었다. 정지용은 1933년 <카톨릭청년>의 편집고문으로 있을 때 이상(李箱)의 시를 실어 등단시켰다. 1939년 문장(文章)지의 편집인으로 있을 때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청록파)을 등단시켰다.

그의 시는 감각적 이미지즘으로 부터 출발. 카톨릭신앙을 바탕으로 한 종교적인 시, 동양적인 정서의 산수시 등의 변모를 보인다. 빼어난 감성으로 우리 시단의 중심을 이루었으나 후에 월북 시인으로 오인되어 38년 동안 작품이 공개되지 못한다.

시집으로는 <정지용시집> <백록담> <지용시선> 등이 있으며 그의 시 '향수'가 노래로 만들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