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ma*
이진화
등명* 바닷가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면
시원한 바다의 손이 내 몸을 속속들이 쓰다듬어주고
겨드랑이 사이로 생명주 같은 바람이 바스락대며 스쳐 지나간다
나의 몸이 어느 몸으로부턴가 빠져나와 세상을 만나기 전
그렇게 편안하고 시원했던가
해 지는 바다에 몸을 담그고 먼 바다를 내다보는 것은
하늘 아래서 누릴 수 있는 완전한 평화
합죽선 같이 펼쳐진 바다가 어둠 속에서 접힐 때까지
모래밭에 앉아 바다와 논다
갑자기 감청빛 하늘을 가르는 날카로운 섬광
온몸의 잔털이 일어선다
나의 체세포가 수만 년 전 비바람을 피해 동굴로 피해 동굴로 숨어들던
어느 여름밤을 기억하고 있는 게다
바다에 세죽 같이 견고하고 곧은 빗발이 촘촘히 내리꽂힌다
바닷물보다 부드럽고 따듯한 빗물을 맞으며
두려움이 평안함으로 바뀌고
거세지는 빗속에서 내 안에 점점 충만해지는 우주
바다와 하늘이 비를 타고 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 Soma: 체세포
* 등명: 동해안 정동진 근처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 예로부터 해돋이 축제가 열리던 마을
-시와 사진 -이진화( 2007.8. 동해안에서)
|
